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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폭풍 그리고… 친구가 다녀간 며칠 후 이번에는 한국에서 조카가 왔다. 보스턴에 있는 대학에 유학 중인데, 팬데믹으로 인하여 그동안 한국에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다가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이 가능하게 되어 미국에 들어온 것이다. 한국에서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카는 이곳에서 특별히 시차 적응을 할 필요는 없는 듯 보였다. 조카가 보스턴에 도착한 지 이틀 후 눈폭풍이 왔고, 아이들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버렸다. 습한 눈은 아니어서 다행히 정전이 되는 일은 없었다. 오후에 눈이 그치자마자 남편과 조카, 아들내미는 집 밖으로 나가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 큰 남조카가 와 있는 데다 아들내미도 슬슬 힘쓰는 일이 가능해지니 마음이 든든하다. 아, 이래서 옛날에는 자식을 많..
떠나간 2021년... 그리고 2022년 2021년 우리 집의 마지막 풍경, 그리고 2022년 새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7.5 피트짜리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우리 집 천장 높이가 정확하게 7.5 피트임이 확인 되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직후 세일할 때 사둔 트리이다. 맨 꼭대기에 별을 달 수 없어서 살짝 아쉽지만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로 예뻐서 볼 때마다 매우 만족스럽다. 매년 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이지만 꾸밀 때마다 즐겁다. 우리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들. 크리스마스 아침 날 선물 개봉. 작년에만 해도 아들 녀석은 설렘에 새벽 1시에 깨어 밤을 지새웠다지만 올해는 좀 컸다고 내가 깨울 때까지 늦잠을 잤다. 확실히 매해 다르다. 아이들은 이렇게 커나가나 보다. 남편의 직장 동료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집앞에 ..
Ragged Mountain 스키장 연말에는 뉴햄프셔에 있는 Ragged Mountain 스키장 근처에서 2박을 했고 낮동안 아이들은 스키를 탔다. 보통은 스키장에 가면 아이들 수준에 맞춰 그룹 레슨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프라이빗 레슨을 신청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개인 레슨을 시켜보았지만 돈이 아깝지 않단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레슨 이후 실력이 확 느는 것이 보였고 아이들도 이번 레슨에 매우 만족해하였다. 특히 아들의 경우 두 시간 동안 할아버지 강사와 어찌나 정이 들었던지, 헤어지기 싫다면서 다음날에도 또 레슨을 받고 싶다고... 평소에 없던 떼를 쓸 정도였다. 그런데 아들아. 비싸. (또르륵) 강사 할아버지의 이름은 Randy. 너무나 다정하고 친절하신 분이었고 아들에게 항상 이곳에..
Boston Ballet Nutcracker 2021 지난 여름 30년 지기 내 친구가 이곳 보스턴에 딸아이와 함께 왔었다. 딸아이를 보스턴 발레단과 연계된 예술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였다. 각종 콩쿠르에서 큰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던 친구의 십 대 딸아이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했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친구 부부는 큰 결심을 하였던 것이다. 아이를 기숙학교에 들여보내고 마음이 복잡해져 있던 친구를 위로해 주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으로 간 지 얼마 안 되어 이 친구가 흥분된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다. - 기뻐해 줘! 우리 OO가 이번에 오디션을 봤는데 겨울에 하는 보스턴 발레 nutcracker 공연에서 클라라 역을 맡았어! 나는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였다. 여태까지 보스턴 발레 단원들이 맡아왔던 클라라 역을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
11월, 뒤늦은 후기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11월의 밀린 후기를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남겨놓을까 한다. 올 가을의 단풍은 정말 풍성하고 예뻤다. 아침마다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나무들을 즐기는 일은 나에겐 그야말로 힐링 타임이었다. 따로 단풍 나들이를 떠나지 않아도 아쉽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11월이면 잔디 깎는 분들이 와서 뒷마당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도 청소해 준다. 그러나 이분들이 가고 난 후에도 낙엽은 계속 떨어졌다. 나머지는 남편 몫. 11월은 결혼기념일이 있는 날이다. 올해는 동네 로컬 레스토랑인 Thyme에서 딸기 쇼트케이크를 주문해 보았다. 많이 달지 않은 폭신폭신한 홈메이드 스타일의 케이크. 겉모양이 화려하고 세련된 ..
2021 할로윈 아이들에게 최고의 이벤트인 핼러윈이 왔다. 작년에는 팬데믹으로 모두들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Trick or treat을 위한 사탕과 초콜릿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기에, 우리 집 앞은 그냥 지나가라는 의미로 집 앞의 전깃불을 모두 꺼놓았었다. 보아하니 우리 이웃집들도 약속이나 한 듯 많이들 그렇게 하였다. 창 밖으로는 간혹 몇몇 가족들이 핼러윈 바구니를 들고 불 꺼진 어두운 동네를 돌아다니긴 하였다. 올해는 조금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전히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아이들 학교에서는 핼러윈 코스튬을 장려하는 분위기였고 나 역시 몇 주 전부터 사탕과 초콜릿을 잔뜩 준비해 놓고 있었다. 딸아이는 올해 동양 귀신을 해보겠다고 하였다( 아하... 그래서 여름부터 머리를 길렀던 거였군. 넌 다 계획이 ..
Nor'easter 지난 주 노르이스터(Nor'easter)가 보스턴을 강타하였다. 매년 겨울이면 이곳 뉴잉글랜드는 눈폭풍이 휘몰아치곤 한다. 북동쪽에서부터 불어온다고 하여 이러한 폭풍을 노르이스터라고 부른다. 그 노르이스터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하여 10월에 이곳에 상륙한 것이다. 정전 가능성이 예고되었는 데다 혹여 휴교령이 내려지지는 않을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우리 동네는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바로 옆동네는 꽤 많은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와 강풍으로 인해 형형색색으로 한참 물들어가던 가을 단풍과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딸내미를 등교시키기 위해 차를 운전해 가는데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길 곳곳에 커다란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재수 없게..
애플 사이다 도넛 10월 둘째 주 월요일은 콜럼버스 데이, 또는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이라고 해서 휴일로 지정돼 있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 나는 늦잠 자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우며 속삭였다. - 우리 애플 사이다 도넛 먹으러 가자~ 가을이면 동네 근처에 있는 Langwater Farm에서 애플 사이다 도넛을 파는데 현장에서 바로 튀겨낸 도넛 맛이 정말 별미이다. 그 맛을 너무나 잘 알기에, 딸내미와 아들내미는 군말 없이 일어났다. 워낙 인기가 좋아 오전 중에 다 팔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헤이 라이드(Hay Ride). 돈을 내면 건초를 실은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것에 호기심을 보일 나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