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주 월요일은 콜럼버스 데이, 또는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이라고 해서 휴일로 지정돼 있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 나는 늦잠 자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우며 속삭였다.
- 우리 애플 사이다 도넛 먹으러 가자~
가을이면 동네 근처에 있는 Langwater Farm에서 애플 사이다 도넛을 파는데 현장에서 바로 튀겨낸 도넛 맛이 정말 별미이다. 그 맛을 너무나 잘 알기에, 딸내미와 아들내미는 군말 없이 일어났다. 워낙 인기가 좋아 오전 중에 다 팔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헤이 라이드(Hay Ride).
돈을 내면 건초를 실은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것에 호기심을 보일 나이는 아니므로 패스.



농장 마당에 다양한 모양의 호박들을 팔고 있다.
예쁘게 동글동글한 호박, 울퉁불퉁 개성 넘치는 호박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에서는 이 맘 때면 각 집마다 호박들로 집 앞을 장식해 놓는다.
나는 차분한 주황색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저 호박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건초 더미에 기어 올라가는 아기들.
우리 아들도 신났다.

농장 판매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신선한 야채와 꽃화분들을 구입할 수 있다.

가을에 먹는 햇사과는 정말 꿀맛이다. 사과 종류도 다양하다.
매년 이런저런 새로운 품종의 사과를 맛보는 재미가 있다.

신선한 샐러드

불닭소스를 끼고 살 정도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딸내미가 한동안 서성거린 곳.
사줄걸 그랬나? 나도 매운 고추 맛이 궁금해진다.



바로 그 애플 사이다 도넛.
줄이 길까 싶어 농장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뛰어갔더니 다행히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도넛 12개를 사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갓 튀겨낸지라 맛은 있었지만 나는 도넛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한 개면 족했다.
남편과 아이들은 맛있다며 다 먹어치워 버렸다.

애플 사이다.
애플 사이다는 햇사과를 착즙 하여 만든 음료이다.
과육을 걸러낸 애플 주스와는 달리 걸쭉하고 사과 향이 정말 진하다.
사이다라고 부르지만 톡 쏘는 탄산 음료는 아니다.
이날 구입한 애플 사이다는 일반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훌륭했다.
아들 말이 애플 사이다 도넛이랑 애플 사이다를 같이 먹으니 그 맛이 훨씬 더 좋다고 평가했다.
그래 아들아, 그런 게 바로 음식 궁합이라는 것이란다.
남편은 올해 아이들과 애플 피킹을 가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하였다. 작년에는 팬데믹 때문에 집에만 머물렀었다. 그러나 올해는 갈만하다고 생각하여 아이들에게 애플 피킹을 가자고 하였건만 딸내미는 더 이상 애플 피킹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하긴 고등학생이면 애플 피킹이 더 이상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서운한 마음이 들어 가을이면 애플 피킹을 갔던 옛 사진들을 찾아보며 위안 삼아 본다.

7년 전 애플 피킹 하면서 찍은 사진.
저런 때가 있었구나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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