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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Nor'easter

지난 주 노르이스터(Nor'easter)가 보스턴을 강타하였다. 매년 겨울이면 이곳 뉴잉글랜드는 눈폭풍이 휘몰아치곤 한다. 북동쪽에서부터 불어온다고 하여 이러한 폭풍을 노르이스터라고 부른다. 그 노르이스터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하여 10월에 이곳에 상륙한 것이다. 정전 가능성이 예고되었는 데다 혹여 휴교령이 내려지지는 않을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우리 동네는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바로 옆동네는 꽤 많은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와 강풍으로 인해
형형색색으로 한참 물들어가던
가을 단풍과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딸내미를 등교시키기 위해 차를 운전해 가는데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길 곳곳에 커다란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재수 없게 전깃줄을 건드리면 그 주변이 정전돼버릴 텐데 용케도 그것만은 피했구나 싶었다.

10월의 노르이스터는 흔한 일이 아니건만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아마도 지구온난화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올해 여름, 미서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았다. 반면 이곳 동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렸었다. 날씨가 습하다 보니 별 희한한 버섯이 온 동네 잔디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정도였다.

어느 날 아들내미가 밥을 먹다 말고 내게 물어보았다.
- 엄마, 이렇게 온난화가 계속되면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은 더 나빠지는 거야?
-... 그럼 안되지. 네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좋아야지.

아이의 질문에 대답 대신 희망사항을 말하고 있었다.
슬펐다. 내 자식들이 사는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는 더 좋아야 할 텐데 싶어서 말이다.

올 겨울은 혹독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기온은 더 내려가고 예년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예상이 제발 빗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뜨끈한 국물이 아쉽다. 어릴 때는 칼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빠가 원하셨던 스타일의 집 칼국수만 먹어봤다),대학교 때 인사동에서 친구들과 해물 칼국수를 먹어 본 이후 나는 칼국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해외에 살면서 내 실력으로 그 맛을 재현해 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고 있는데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내가 만든 칼국수를 잘 먹어준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수제 칼국수 면을 집에서 만들어본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 차라리 강원도의 올챙이 수제비라고 부르는 게 맞지 싶었다. 덕분에 아이들한테는 새로운 음식인 수제비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결국 가정용 파스타면 기계를 샀다.
여러 모양의 면을 뽑아낼 수 있는데
개중에는 칼국수 모양도 가능하고
만두피도 가능하였다.
저렴한 중국산 기계를 세일할 때 샀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싶었다.


여러 야채와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수제 칼국수 완성.
내가 생각해도 국물은 잘 만드는 것 같다.
아이들은 좋아하며 잘 먹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면이 스파게티처럼 약간 질기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야겠다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부드러운 칼국수 면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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