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4)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전거 타고 동네 한바퀴 4월 방학이다. 이곳은 2월과 4월에 일주일씩 방학을 갖는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찔끔찔끔 쉬는 방학에 낯설어했는데 지금은 적응 완료했다. 피곤하고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즈음 이렇게 방학을 하게 되면 그 일주일의 여유로움이 꿀맛 같다. 4월은 자전거 타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아주 춥지도 덥지도 않은 데다 햇볕도 딱 적당하게 좋고 동네 꽃구경하기에도 좋다. 몇 년 전 4월 방학 때, 나는 아들 녀석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기 위해 자전거 전용 도로를 찾아 케이프 코드 운하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무뚝뚝하지만 왠지 정감 가는 주인이 운영하는 어느 자전거 대여점에서 우리 세 식구의 자전거를 빌렸었다. 당시 두 발 자전거에 자신감이 없던 아들내미는 자전거 전용도로 시작점에서 용기를 내어 페달을 돌.. 새 반려 식물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가 반려 식물에 대한 것인데, 아마도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팬데믹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좋은 취미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짬짬이 식물들을 들여다보는데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집안일을 하면서 식물 키우기와 관련된 유튜브도 시청하고 있고 온라인 원예 커뮤니티에도 들락날락거리며 정보를 수집하는 중인데 꽤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들이라는 주제로 유튜브를 보았는데 하아,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내 얘기인지... 그 내용들을 토대로 내가 그동안 어떻게 식물들을 죽여왔는지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화분의 흙이 늘 젖어있었다. ----------> 겉흙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흙이 늘 젖어있으면 뿌리가 숨을 쉴 수가 없다. 과습은 .. 딸 아이 생일 4월 12일은 우리 딸의 15번째 생일이었다.이제 틴에이져이니 팬데믹만 아니라면 친한 친구들과 큰 쇼핑몰 같은 곳에 가서 지들끼리 놀았을지도 모르겠다. “아~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이번엔 초콜릿 케이크로 맛있는 거 사주세요.” 아이는 혹여 엄마 아빠가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은근슬쩍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곤 하였다. 거창한 파티를 해줄 순 없지만 집에서라도 서운하지 않게 해줘야겠다 싶었다. 요즘 딸아이의 모습을 보노라면,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이는 사춘기의 틀을 서서히 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정서적으로 이전보다 안정적이 되어가고 있다. 가족과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예전과 달리 부모의 의견도 흔쾌히 수렴하고자 노력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되어가는 것 .. 부활절 이번 글은 약간의 푸념으로 시작하겠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일주일에 두세 개는 너끈하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조금씩 시간을 쪼개 쓰면 되겠지만, 내 성격이 그러지를 못한다. 나는 몇 시간이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것을 잘하는 편인데, 긴 시간 집중을 하고 있노라면 내면에 평온함을 느끼며 그 상황을 즐기곤 한다. 아니, 그러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젊을 때는 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해서 시계를 보면 대여섯 시간이 흘러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도중에 갑자기 하던 일이 중단되어 흐름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혼 후 내가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늘 뭔가를 시작하면.. 반가운 소포 한국에서 반가운 소포가 도착하였다. 얼마 전에 큰 형부가 번역한 책이 출간되었는데, 언니가 우리도 읽어보라고 한 권 보내주었다. [반듯한 아이의 범죄심리]라... 제목부터 뭔가 흥미진진하다. 표지 안쪽에 형부의 메시지가 들어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형부의 글씨체를 보니 괜스레 울컥해진다. 먼 고향땅으로부터 전해진 온기에서 아련한 옛 추억이 소환된다. 형부가 결혼 전 처음 우리 집에 인사드리러 왔을 때 하필 나는 시험 성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와서 기분이 무척이나 안 좋았었다. 그러니 언니의 남자 친구 앞에서 내 표정은 어둡고 심술 맞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언니한테 엄청 혼이 났었는데, 고백하건대 절대 형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철이 없었을 뿐. 결혼 후 형부는 어린 막내.. 아이들 공연 큰 변화 없는 느린 나날 같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가족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의 학교 연극 공연이 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딸아이는 대본을 받아서 연극 부원들과 함께 줌으로 연습하였고, 파트너와 함께 해당 파트를 녹화하여 연극부 선생님한테 제출하였단다. 이 모든 과정이 한 집에 살면서도 다른 식구는 전혀 알지 못하게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알려준 대로 온라인으로 티켓을 샀고 공연 날짜에 맞춰 해당 공연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집에서 다 함께 딸아이가 출연하는 연극 공연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 연극 제목은 "Check, Please!"이다. 한국말로 옮기면 "계산서 주세요!"인데, 레스토랑에.. 봄이 올듯 말듯 벌써 3월이다. 3.1절을 맞이하여 아들내미 한글학교 숙제로 태극기를 그려야 한다기에 옆에서 도와주었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 태극 문양의 지름, 괘와 효의 비율 등 옆에서 같이 계산하면서 그리는데 나에게조차도 낯설고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국민학교 때 시험을 위해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4괘의 의미를 공부한 적은 있어도 태극기 작도를 제대로 배워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그려나가다 보니 오히려 나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다. Maple sugaring begins! 3월 이곳에서는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이 맘 때면 여기 단풍나무에 구멍을 뚫어 몇 주동안 수액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수액을 끓여서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메이플 시럽이 만들어진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햄스터가 죽다. 샤워 후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누군가 밖에서 욕실 문을 두드렸다. 딸아이였다. - 엄마, 윈터가 죽었어. 딸아이는 햄스터 집을 청소하기 위해 양손에 일회용 장갑을 낀 상태였다. 아이 말에 의하면 새 베딩을 갈아주려고 했는데,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햄스터가 움직이지 않고 있더란다. 이번이 두 번째 키우는 것이니 아이는 햄스터의 죽음을 직감하고 나에게 달려왔던 것이다. 나는 아이방에 가서 햄스터 케이지로 쓰는 커다란 플라스틱 컨테이너 안을 들여다보았다. 베딩 속에 웅크리고 있는 햄스터의 몸이 보였다.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지난밤에 간간이 쳇바퀴 돌리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아마도 자는 동안 평온하게 햄스터 나라로 간 듯했다. 나는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동안 네가 잘 키웠다고, 그래서 윈터도 편안하게 잘..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