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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좋다 1. 꽃 날씨가 따뜻해지면 봄이 왔다고, 햇빛이 그리고 바람이 알려주면 나는 Home Depot를 찾아간다. 홈디포는 건축자재나 설비, 인테리어 용품, 정원 관리 등 집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대형 체인이다. 즉, 남자들의 놀이터. 평소에야 집수리를 위해 남편이 주로 방문하지만 봄에는 각종 모종 및 화초를 쌓아놓고 파는지라 이때는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게 된다. 구경만 해도 기분 좋아질 수밖에. 하아...이것 저것 사고 싶게 나를 유혹하는구나. 겨울에 한참 세일할때 틈틈이 가드닝에 필요한 용품들을 사 두었건만... 그런데 올해는 자제하려고 한다. 원래 허리가 좀 약한 편이라 신경을 많이 썼는데도 결국 올초에 디스크 돌출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쉬움에 ..
4월 방학 일주일의 4월 방학은 정말 바쁘게 지나갔다. 딸아이가 친구들을 초대한 슬립오버를 시작으로, 대학 캠퍼스 투어, 발톱 치료, 아들아이의 골프 레슨 시작, 플레이데이트, 보이스카웃 활동 등등. 1. Campus Tour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UMASS Amherst, Boston College, Harvard 이렇게 세 군데의 대학을 돌아다녀봤다. 아! Harvard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관광객 모드로 구경. 또 내 기억 속 단편을 하나 꺼내보자면,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때 보스턴에 놀러 왔었는데, 하버드대 분수 광장에 서 있던 당시 그날따라 햇빛은 눈부시도록 쨍했었다. 그때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한 무리의 남녀 젊은이들이 짧은 핫팬츠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내 앞을 우루루 지나갔다. 그 순간 느껴진 활기..
부활절, 그리고 생일파티 2023년 부활절은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왔다. 다행히도 올해의 모든 부활절 행사는 팬데믹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아들아이는 부활절 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복사를 맡아서 십자가를 들었다. 부활절 당일, 우리 성당의 자랑인 성가대는 그동안 못했던 한을 풀어내듯 작정하고 칼을 갈아 너무나도 아름답고 은혜로운 찬송가를 들려주었다. 미사가 끝난 후 성당 앞마당에서 주일학교의 행사인 에그헌팅을 하였는데, 모처럼 아이들이 햇빛 아래에서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았다. 주일학교 교사로서 오랜만에 부활절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을 느꼈다. 이 자체가 나에겐 큰 은총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 집 아이들만의 에그 헌팅도 따로 준비하였다. 에그 안에는 초..
Science and Math Competition 지난주 토요일, 아들아이가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Science and Math competition에 참가하였다. 6학년부터 8학년까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시 대회인데, 7학년인 우리 아이는 이번에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 참가 계기는 친구들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이 친구들은 중학교에 올라와서 친해졌는데 아들의 표현에 의하면 수학 천재들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각종 수학 경시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하였고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수학 과정을 대부분 마스터한 상태라 한다. 그래서 아들아이는 이 친구들 칭찬을 수시로 늘어놓곤 하였다. 아이가 친구들에 대해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 친구들은 특별히 너보다 머리가 더 좋은 게 아니라 단지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그래서 공부를 더..
바쁜 3월의 일상 요즘은 고등학생과 중학생 남매를 둔 학부모의 바쁜 일상을 실감 중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거의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리고 봄이 되면서, 아이들의 활동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 사실 11학년인 딸아이는 원래 하던 활동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이제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니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중학생인 아들아이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은가 보다. 이번에 보이스카웃에도 새로 가입했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활동들이 겹쳐지는 바람에 스케줄을 조율하느라 아주 정신이 없으시다. 나는 충실한 운전사 노릇 중이고. 1. 아침의 산책 체력이 달리면 안되기에, 아침에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를 하고, 큰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 나면 아침 산책을 한다..
2023년 2월 방학 2월 겨울 방학. 1. 이번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ragged mountain ski resort가 있는 뉴햄프셔로 향했다. 이미 시즌패스를 사놨기 때문에 본전은 뽑아야 했다. 근처 호텔에서 2박을 했고 3일 내내 스키를 탔다. 오후 2시가 지나면 사람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는데 덕분에 리프트를 탈 때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타고 타고 또 타게 되니, 아이들은 지치도록, 정말 원 없이 스키를 탄 것 같다. 2.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딸내미의 첫 Campus Tour.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을 결정하기 전 학생들에게 여러 대학을 미리 방문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Campus Tour 예약을 미리 해 놓고 예약된 시간에 방문하면 그 대학 학생들에 의해 학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발렌타인데이 우~ 오랜만에 남편한테서 밸런타인데이 꽃을 선물 받았다. 원래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날 꽃을 잘 챙겨주긴 하지만, 밸런타인데이 때 꽃 선물은 받아본 지 좀 된 것 같다. 함께 산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니 슬슬 자기 건 알아서 챙기자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일요일날 딸아이가 아빠에게 묻더란다. 엄마한테 무슨 선물을 준비할 거냐고 말이다. 밸런타인데이 아침에 남편이 뭐 갖고 싶냐고 묻길래, '내가 알아서 원하는 거 사겠다'라고 대답했다. 평소의 나는 약간의 낭만과 이상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이런 기념일에는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왜인지 대단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이 되어버린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아빠가 아침에 뭐 선물한 거 없었냐고 물었다. 아직 없다고 대답했다. 물론 아침에 아..
한파 지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은 역대급으로 추운 날이었다. 애들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타운도 있었고 정전과 단수가 된 집들도 많았다. 우리 집의 경우 부엌 싱크대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던 점을 빼면 큰 문제는 없었다. 이런 한파에는 세탁기를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전날 세탁물을 다 돌려놓긴 했었다. 그나저나 부엌의 경우, 완전히 단수가 되는 거면 이해하겠는데 온수만 안 나오는 경우는 어떤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날은 외출을 하지 말고 집에만 얌전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일이란 늘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하필 토요일 오전, 가장 추운 그 시간에 아들래미의 비올라 오디션이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일정이 잡혀있던 오디션이고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