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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족 여행 4 하얏트 리젠시 체서피크 베이. 우리 동네에 사는 J 언니가 추천해 준 곳이다. 보스턴에서 거리상 부담 없이 갔다 올 수 있는 리조트라면서. 마음이야 동남아나 캐러비안 섬의 (럭셔리) 한적한 리조트에 한 일주일만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다 왔으면 좋겠지만, 여기라도 어디냐 싶었다. 리조트 안에서의 3박 4일은 온전한 쉼이었다. 푹 자고, 수영하고, 먹고, 또 자고, 수영하고, 먹고… 리조트에는 3개의 큰 수영장이 있었으며 아이들은 이쪽저쪽을 오가며 정말 신나게 놀았다. 다 큰 아이들이니 일일이 쫓아다닐 필요도 없고 자기들끼리 사이좋게 잘 노니 나는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호텔 음식도 좋았다(본래 사 먹는 음식, 남이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지 않나?). 떠나야 하는 ..
여름 가족 여행 3 셋째 날, 딸아이가 이번에는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 아이들 어릴 때는 여행지의 동물원 방문은 늘 필수 코스였는데, 아이들이 크자 당연하게 동물원 구경은 패스해 버렸었다. 그래서 딸아이가 동물원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내심 놀랐었다. 아직도 동물원을 구경하고 싶다고? 그리하여 마침 워싱턴 D.C에서의 일정이 끝난 남편과 함께 우리 가족 모두는 동물원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라고 한다.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여러 유명 동물원은 많이 가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도심에 있으니 규모도 작을 테고, 동물원이 다 거..
여름 가족 여행 2 둘째 날은 워싱턴 D.C 시내를 관광하였다. 1.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개인적으로 워싱턴 D.C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명 박물관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무료입장이다! 아이들에게 다시 가보고 싶은 박물관을 고르라 하였더니 역시나 자연사 박물관을 가겠단다. 박물관 관람 시간을 꽉 채우고 나왔지만 아직도 그 안에서 못 본 게 너무 많았다. 아쉬워라, 애들도 다 컸는데 언제 또 와보나 싶다. 딸아이는 나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입고 있는 옷이 예전에 이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옷이란다. 일부러? 세상에나... 딸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리고 우리는 링컨 기념관이 있는 내셔널 몰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 곳곳에는 푸드 트럭이 많이 있었다. 간단한 간식이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
여름 가족 여행 1 오랜만에 공을 들여 여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딸아이가 대학을 가는데, 어쩌면 이런 형태의 가족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지는 Washington D.C, 메릴랜드, 그리고 뉴저지였다. 남편의 개인 일정이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가족 여행지로 잡았다. 아들아이는 8학년 졸업 수학여행으로 6월에 이미 워싱턴 D.C를 방문하였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워싱턴 D.C를 패스할까 했는데, 딸아이가 콕 집어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예전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딸아이가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오만 짜증을 내는 딸아이를 살살 달래어 데리고 다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내 속으로 다신 이 짓을 안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에게는 힘들었건만, 딸아이한테는 그때의 기억..
함께 가는 우리 2년 전, 엄마를 요양원에 모신 후 집정리를 하던 언니가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아마도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쓰신 글인 듯했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구부린 자세로 자판 하나하나를 천천히 두들기며 써 내려갔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문득 엄마 아빠가 너무 그립다. 우리는 흘러가는 길 위에서 오십년을 함께 걸어 이렇게 조금씩 늙어 가고 있다. 그와 나는 다투지 않아도 본래 말이 없는 편이다. 말이 없는 남편과 애교 없는 나 사이는 늘 그저 무덤덤하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한 그릇 다 비우는 동안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아도 불편하지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말할 정도로 늘 그렇게 지나왔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가끔 함께 동행을 할 때가 있다. 함께 전철을 타고 영화관..
Camp Yawgoog (2024) 7월 14일~20일, 아들아이는 보이스카웃 여름 캠프를 다녀왔다. 작년에 첫 캠프를 다녀와서는, 재밌기는 한데 너무 더운 데다 음식은 맛없고 잠자리는 냄새나고(그 와중에 우리 아들, 일주일 동안 샤워를 한 번밖에 안 했었다) 등등으로 힘들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안 가고 싶다는 뜻을 살짝 내비치었는데, 엄마로서 단호하게 캠프에 보내버렸다.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 자식 귀한 줄은 아는지라 평소 깨끗하게 입히고, 좋은 거 먹이려고 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은 내 능력 안에서 해주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아이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피하고 싶지만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참을성과 인내심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더럽고 냄..
Canobie Lake Park 7월 1일, 성당에서 주일학교 어린이 봉사자들을 위해 뉴 햄프셔에 위치한 Canobie Lake Park라는 놀이동산에 소풍을 갔다 왔었다. 아들내미가 가는 김에 나는 성인 보호자 자격으로 같이 따라갔다 왔다. 아침 일찍 성당 주차장에 모였다. 출발 전에 신부님께서 기도해 주셨는데 기도덕이었는지 참 좋은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후덥지근한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 날 하루만큼은 신기하게도 26도 정도로 쾌적하였다. Canobie Lake Park는 만들어진지 100년도 더 된, 지역 명소와 같은 놀이 동산이다. 우리 집에선 1시간 반 이내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 부담스럽지도 않다. 식스 플래그처럼 아주 크지는 않지만, 있을 건 다 있고 많이 줄 서서 기다리지도 않아도 돼서 참 좋았던 곳이다. 고등학교 ..
되돌아보는 6월 휴~ 정말 휘몰아치듯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계속 글쓰기가 미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되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다. 일단 대강으로라도 6월을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아들의 생일 아들내미가 드디어 14살을 맞이하였다. 와우! 예전에 아이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으나... 잊어버린 척 은근슬쩍 넘어갔다. 사실 바쁘고 너무 피곤해서였다. 아이는 생일 파티 얘기를 또다시 꺼내진 않았다. 얘기했으면 기억난 척 어떻게 해봤을 텐데. 지나고 보니 미안해라.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한국 케이크는 사주었다. 딸아이는 얼마 전에 아쿠아리움에 놀러 갔다 오면서 동생 생일 선물로 펭귄 인형을 사다 주었다. 거뭇거뭇 수염 나기 시작하는 14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