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은 역대급으로 추운 날이었다. 애들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타운도 있었고 정전과 단수가 된 집들도 많았다. 우리 집의 경우 부엌 싱크대에 온수가 나오지 않았던 점을 빼면 큰 문제는 없었다. 이런 한파에는 세탁기를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전날 세탁물을 다 돌려놓긴 했었다. 그나저나 부엌의 경우, 완전히 단수가 되는 거면 이해하겠는데 온수만 안 나오는 경우는 어떤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날은 외출을 하지 말고 집에만 얌전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일이란 늘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하필 토요일 오전, 가장 추운 그 시간에 아들래미의 비올라 오디션이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일정이 잡혀있던 오디션이고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 싶었다. 학교를 통해 신청한 오디션이라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 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이 학생들을 인솔하여 스쿨버스를 타고 오디션장에 갔다 오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오디션이 처음도 아닌지라 나는 아들아이만 이른 아침을 먹이고 파자마 바람으로 학교까지 운전해 갔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아이들을 태울 스쿨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도 추운지라 도착해 있던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차 안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음악 선생님이 차에서 내려 주차장에 있는 차들의 운전석 유리문을 두드리며 일일이 뭔가를 설명을 하였다. 아 추울 텐데… 불쌍한 선생님! 선생님 왈, 스쿨버스에 문제가 생겼으니 개별적으로 아이를 오디션 장에 데리고 가야 한단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황당했지만 일단 오디션장을 구글맵으로 검색하여 출발하였다. 30분 정도 걸리는, 처음 가보는 낯선 타운을 그렇게 경황없이 내달려서 아이를 오디션장에 내려주었다. 허기진 데다 화장실은 급하게 가고 싶은데, 세수도 제대로 안 한 몰골로 차에서 내리고 싶지는 않은지라 그냥 그대로 집으로 급하게 돌아왔다.
늦은 아침을 허겁지겁 먹고 나니 바로 아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자기 순서를 마쳤다고 말이다. 그래서 다시 출발하여 아이를 태우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니 아직 12시도 안 되었다.
보통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이건만, 유독 역대급 한파가 닥친 이날 오전은 정말 유별났다고 밖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이렇게 추운 날 잠시 밖에 서 있으면(일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재킷 안 충전재에서 사각사각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더라. 오리털이 얼어버린 거라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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