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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4월 방학

일주일의 4월 방학은 정말 바쁘게 지나갔다.
딸아이가 친구들을 초대한 슬립오버를 시작으로, 대학 캠퍼스 투어, 발톱 치료, 아들아이의 골프 레슨 시작, 플레이데이트, 보이스카웃 활동 등등. 

 
1. Campus Tour


 

University of Massachussets, Amherst

 

Boston college

 

Harvard 동상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UMASS Amherst, Boston College, Harvard 이렇게 세 군데의 대학을 돌아다녀봤다.
 
아! Harvard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관광객 모드로 구경. 또 내 기억 속 단편을 하나 꺼내보자면,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때 보스턴에 놀러 왔었는데, 하버드대 분수 광장에 서 있던 당시 그날따라 햇빛은 눈부시도록 쨍했었다. 그때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한 무리의 남녀 젊은이들이 짧은 핫팬츠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내 앞을 우루루 지나갔다. 그 순간 느껴진 활기찬 에너지와 자유로움... 입시에 찌들어 있다 갓 해방된 나에게 그때 받은 신선한 충격이란. 정말 부럽더라.

그땐 그랬고… 애들을 데리고 온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다. 묘하다.

그나저나 대학마다 캠퍼스 분위기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미리 둘러보는 것이 대학에 지원하고 결정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그런데 우리 딸아이는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단다. 이런.

딸아, 일단 분위기상 UMASS Amherst는 엄청 크고, Boston College는 동화속 같이 이쁘고, Harvard는 뭔가 있어 보이지 않더냐.

이제 내년 초가 되면 아이가 가게 될 대학이 결정이 날텐데, 그때 우리 아이가 어떤 학교를 결정하여 입학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대학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되던, 이제는 부모로서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수밖에.        
 
 
2. 발톱 치료
 
 
딸아이는 한쪽 발에 내향성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주기적으로 발톱에 문제가 생기곤 했다. 얼마 전에도 또 문제가 생겨 foot doctor를 만났다. 이제는 컸으니 평소에 발관리 좀 잘하라고 얘기하지만(매번 의사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도 말이다), 그때뿐이지 방심하여 이렇게 일을 키우곤 한다. 안 되겠다 싶어 의사를 만나는 비용을 이번에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미국은 보험으로 커버된다고 하여도 일단 전문의를 만나게 되면 꽤 큰돈이 든다. 지금이야 부모인 우리가 내주지만, 나중에 네가 성인이 되어 이 돈을 흔쾌히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앞으로 잘 관리하겠다고 하였다.   
 


 

의사를 기다리는 중

 

2년이 주기인 듯 한데, 딸내미! 지켜보겠스~
 

 
3. Town Report 배달
 
아들아이는 2월에 보이스카우트에 가입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어 한다. 어렸을 때 나도 걸스카웃과 아람단을 열심히 했었는데, 여러모로 내 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야외에서의 캠핑도 꽤 신났었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싶다.

여담으로, 이런 스카우트 활동은 딸아이도 무척이나 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참 젠더 이슈에 민감하던 시기였기에 걸스카웃에서 쿠키를 구워 팔거나 뜨개질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포기해 버렸더랬다. 요즘 세상에? 나도 좀 의외이긴 했지만, 오랜 세월의 미국 걸스카웃 전통을 쉽게 바꾸진 못하는 듯하고 아마도 서서히 개선해 나가고 있는 듯 싶다. 그래서인지 우리 타운에는 보이스카웃 활동 그대로 ‘걸스 보이스카웃’이라는 단체가 따로 있다고 들었다. 딸아이는 ‘그건 또 이름이 뭐 그렇냐’며 역시나 마음에 안드는 모양.
 
어쨌든 아들아이는 4월 방학 동안의 보이스카웃 활동으로, town report를 배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리포트 분류 작업 중

 


4월 초에 타운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미리 모여 책자를 분류하고 배분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십 대 아이들이다 보니 수다를 떠느라 작업이 점점 더뎌졌고, 안 되겠다 싶어 나중에는 부모들도 투입되었다. 마음이 급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나는 내 손이 이리 빠른 줄 몰랐다. 급기야 아들아이는 엄마를 존경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오~ 우리 엄마 잘하네?"  우리 테이블의 속도가 가장 빠르니까 미개봉 박스가 자꾸 우리 테이블로 넘어오게 되었고, 아이들이 제발 속도 좀 늦춰달라고 사정하는 사태에까지... ㅎㅎㅎ      
 
그리하여 방학 동안 아들아이는 배정받은 150 여집을 돌며 각 집 앞 현관이나 메일 박스 아래에 미리 준비한 리포트를 배달하였다.



 

차로 아이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중

 


한 시간씩 3일 동안 배달하였는데(내 성격상 하루에 다 해버리고 싶었지만 나름 아들이 세운 계획이 이러하다) 의외로 아이가 재미있어하였다. 차를 타고 이동해도 될 텐데 일일이 걸어서 배달하겠다고 하였다. 걷다 뛰다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운동이 된다는 느낌이어서 좋았나 보다. 집에 돌아갈 때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아~ 몸에서 도파민이 나오네.’라고 말해서 나는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마지막 집 배달 기념샷

 


그리고 아들 아이는 친구들과의 플레이 데이트로 남은 방학을 채웠다. 
 
보통 4월의 방학은 늘 여유로왔는데, 그래서 연례 행사처럼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며 동네 한 바퀴도 돌고 그랬는데... 올해는 그러지를 못했다. 그만큼 아이들이 커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매일매일이 피곤하지만, 이것도 한 때인지라 이 순간을 즐기고 음미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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