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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바쁜 3월의 일상

 
요즘은 고등학생과 중학생 남매를 둔 학부모의 바쁜 일상을 실감 중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거의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리고 봄이 되면서, 아이들의 활동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 사실 11학년인 딸아이는 원래 하던 활동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이제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니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중학생인 아들아이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은가 보다. 이번에 보이스카웃에도 새로 가입했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활동들이 겹쳐지는 바람에 스케줄을 조율하느라 아주 정신이 없으시다. 나는 충실한 운전사 노릇 중이고.      

1. 아침의 산책

체력이 달리면 안되기에, 아침에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를 하고, 큰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 나면 아침 산책을 한다.

이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이른 아침이라 방심하고 돌아다니는 사슴과 칠면조 무리를 (조~금 과장하여 그 사이를) 지나쳐가면서, 아침 새소리가 이렇게 특별했던가 주변의 모든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나 날씨가 화창한 경우에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날 하루를 위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으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지 모르겠다.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한 수액을 모으는 중.

 

이 시간에는 온전히 나만의 세상이 된다.

 

저 벤치에 앉아 잠시 해바라기를 한다.

 

 
2. Junior District Music Festival.
 
Junior District Music Festival은 7학년부터 9학년까지 여러 학교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아들아이가 다행히 오디션에 통과되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 연습 중인 아이들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학생들 중 자기처럼 가장 어린 7학년은 10명 정도밖에 없었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하던 아들내미. 그런데 연주 자리가 저기 뒤쪽인 바람에, 아들의 얼굴이 포옥 파묻혀서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아들아, 다음 오디션은 더 열심히, 더 많이 연습해서 좀더 앞자리에 옮겨 앉도록 하자꾸나. 
 
어쨌든 이 경험이 나름 좋았는지, 요즘에는 굳이 내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비올라 연습을 알아서 잘하는 중이다.
 
 
3. MIT SPARK 프로그램
 
아들아이가 주말동안 SPARK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MIT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7-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이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데, 정말 별의별 재미있고 엉뚱한 수업이 많이 있다. 더구나 프로그램 비용은 점심 포함 50불만 내면 된다. 수업 신청은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3 지망까지 지원할 수 있다. SPARK 프로그램은 봄에 단 한주 토, 일요일에만 진행이 된다.

아들아이는 컴퓨터 작곡, 숫자 이론, make your own material, 테트리스 수업 등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다 재밌었다던데… 하아, 3시간짜리 테트리스 수업은(3시간 동안 신나게 테트리스 게임을 했다는!) 아들의 혼을 쏙 빼놓은 것 같다(설마 게임만 했겠어? 게임 전략이라던가 코딩이라던가 뭔가 배운 게 있었겠지! 그렇지 아들아?). 벌겋게 상기된 아들이 신나 하며 재잘거리는 모습이란. 여름 방학 때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방학 때도 해볼래? 하고 물어보니 네! 라며 큰소리로 대답하는 아드님 되시겠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보스턴에 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오랜 세월 변한 것 없이 그대로구나. 눈물나네.

 

찰스 강



아이가 수업 받는 동안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찰스 강변을 따라 산책하였다. 강변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나도 따라 뛰고 싶더라. 그 외에도 복작거리는 시내를 이리저리 기웃기웃 돌아다녔는데, 너~무 좋았다. 역시… 난 도시녀였어!  … 이러면서 점심값 아낀다고 집에서 싸온 떡을 주섬주섬 꺼내먹는 나.



대학생들의 과학 실험쇼

 

수업을 마친 아들래미의 캠퍼스 기념샷




4. School Lockdown

미국의 총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캠퍼스 총기 사고 뉴스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무래도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아이들 수업이 끝날 때즈음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비상 연락이 왔다. 학교로 총기 관련 위협 전화가 걸려왔고 이에 학교를 락다운 시켰단다. 경찰이 총출동하여 안전한 상황인지 살피고 있으며 모든 상황이 종료되면 그때 아이들이 귀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 동네는 메사추세츠 주에서 가장 안전한 타운 10위 안에 꼽힐 정도로 조용하고 치안이 좋은지라, 미국 내 사건 사고들이 늘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터였다. 다행히 장난 전화로 결론 내려졌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교실에서 대기하던 아이들은 그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었다.

딸아이는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쓰고는 보낼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안 보냈단다. 엄마 아빠가 더 걱정할까봐 였단다. 딸아, 그런 메시지는 결코 받고 싶지 않단다. 사랑한단 말 안 들어도 좋으니 건강하게 엄마 아빠 옆에만 있어줘.




5. Latin Honor Society

딸 아이는 외국어 과목으로 라틴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번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National Latin Honor Society에 가입하게 되었다. 가만 보면 미국 학교들은 이런 식으로 무슨무슨 society를 붙여서 차별화시키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다.

아 그런데 나에게 이 이벤트가 좀더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딸내미는 만 5세가 되어서야 겨우 한두 마디 의사소통을 시작할 정도로 언어 발달이 많이 늦은 아이였다. 홍콩에 살았던 때이니,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인터뷰를 봐야 했는데 미국, 영국, 캐나다 국제학교에서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다 떨어졌는지. 불합격 통지와 함께 친절한 언어 치료 안내문이 배달되었다.

선천적으로 느린 언어 능력, 조심스럽고 낯가림이 심한 성격, 여러 언어가 뒤섞인 홍콩 환경, 우울하고 무기력하던 엄마, 신경이 날카로운 아빠의 오만 짜증과 무관심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그렇다고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갔을 때 더 잘해냈을 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학교에서 영어와 외국어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차례 1등을 하기도 하였으니. 감회가 새롭다.





축하한다 딸아. 너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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