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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발렌타인데이



우~ 오랜만에 남편한테서 밸런타인데이 꽃을 선물 받았다. 원래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날 꽃을 잘 챙겨주긴 하지만, 밸런타인데이 때 꽃 선물은 받아본 지 좀 된 것 같다. 함께 산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니 슬슬 자기 건 알아서 챙기자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일요일날 딸아이가 아빠에게 묻더란다. 엄마한테 무슨 선물을 준비할 거냐고 말이다.

밸런타인데이 아침에 남편이 뭐 갖고 싶냐고 묻길래, '내가 알아서 원하는 거 사겠다'라고 대답했다. 평소의 나는 약간의 낭만과 이상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이런 기념일에는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왜인지 대단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이 되어버린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아빠가 아침에 뭐 선물한 거 없었냐고 물었다. 아직 없다고 대답했다. 물론 아침에 아빠와 주고받은 대화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남편은 퇴근하면서 bb.q 치킨과 함께 장미 꽃다발을 내밀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크으... 주부들은 대부분 뭘 고를까? 아니면 나만 그런 걸까? 대답하지 않으련다.
 
bb.q 치킨은 저녁 준비를 안 해도 되는 여유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장미 꽃다발은 왠지 딸과 남편의 합작품 같아서 기쁨이 배가 된 느낌이다. 물론 남편에겐 모종의 압박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훗, 이 맛에 딸을 키우는 건가? 딸아이에게 아빠한테 받은 꽃이라고 하니, 이번에도 어깨를 으쓱했다. 


 

발렌타인데이 장미 꽃다발

 
 
 
장미 꽃 외에 또 하나의 꽃을 우리 집에 들였다.
매년 2월에는 코스코에서 수경 재배용 튤립을 판다. 이 튤립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활짝 꽃을 피우는 것을 보는 것이 2월의 연례행사이자 나의 낙이다.  
 
  

갓 사왔을 때의 튤립

 

조금씩 노란 빛이 나타나고 있다.

 

온전한 꽃모양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노오란 튤립.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튤립 색상이다.

 

튤립처럼 동글동글 환한 우리 아들내미

 
 
하루하루 변하면서 자라는 튤립을 어떤 날은 거실에, 어떤 날은 부엌 식탁에 옮겨두고 보는 재미가 있다. 튤립의 좋은 봄기운이 우리 집안 곳곳에 뻗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눈 비비며 지나가는 아들에게 튤립 옆에 서보라고 하니 아들내미는 엄마가 시킨다고 또 그대로 따라 한다. (아직은 사춘기가 안 왔나 보다..소곤소곤 ^^). 
 
 
아! 또 하나 자랑질~
 
 

요것은 그저 일부일뿐. 어마어마한 디저트는 또 다른 곳에... ^^

 
 
우리 성당의 남부 구역 모임에 다녀왔다.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제대로 모이지 못했는데 모처럼 이번에 우리 동네에 사시는 자매님 댁에서 구역 모임을 하게 되었다. 각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해 왔는데 신부님과 부제님도 오시는지라 다들 음식에 작정하고 공을 들이셨다. 형제 자매님과의 수다도 즐거웠고, 무엇보다도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먹기 힘든 한국식 치킨과 회를 배 터지게 먹어서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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