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강조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심각하게 허약한 체력인데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하루하루를 힘겹게 그리고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늘 피곤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아프니 무언가 시작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낼 때가 많다. 몸이 회복되는 시간도 더뎌서 맥없이 누워지내며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그런 몸으로 바쁘고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낙오되기 싫어 악으로 버티며 살았던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싶었다. 좀 더 활기차게 살아나가길, 좀 더 쉽게 버텨내기를, 좀 더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운동, 운동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여름 방학 동안 딸아이에 비해 아들아이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지라 그리고 체력도 유독 약한지라, 이번 여름 방학의 주된 활동 목표를 아들의 체력 강화로 잡았다. 달리기와 실내 사이클링, 골프, 태권도, 수영을 하며 거의 매일 운동을 하러 데리고 다녔다.
1. 러닝
아들아이는 작년에 학교 운동부인 크로스 컨트리 그리고 트랙 팀에 가입하였다. 실상은 친구들과 수다 떨며 설렁설렁 뛰는 것이라 거의 유희라고 보면 되었다. 어쨌든 러닝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데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 유익한 운동이므로 고등학교 운동부에서도 계속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격려 중이다.

보이스카웃 requirements 중 하나로, 30일 간격으로 1마일 달리기를 측정하여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YMCA에 있는 실내 트랙에 데려가서 1마일을 뛰게 한 후 시간을 재어보니 8분 40초 나왔다(아들아이는 거의 토하기 직전). 찾아보니 정확하게 13살짜리 남자아이들 평균 시간이었다. 요즘 틈틈이 트랙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인데, 한 달 후 과연 얼마나 향상이 되려나.
2. 골프



팬데믹으로 인하여 모든 바깥 활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그나마 할만한 운동이라 시켜본 골프.
아이들마다 호불호가 있는 운동인데, 의외로 우리 아들은 골프를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는 슬럼프에 접어들었는지 골프 실력이 늘지 않고 있다. 운동이라는 것이 늘 기복이 있는 것이고 꾸준히 연습을 하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는다고 설명을 해주지만, 아들아이의 속상함은 달래 지지 않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최근 아이의 키가 눈에 띄게 자랐는데 골프채 사이즈가 아이에게 안 맞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진단을 내렸더니 아이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지금은 아이가 한참 성장기인지라 골프채를 구입하지 않고 골프 스쿨에서 렌트해서 쓰고 있다. 키가 다 자라면 하나 사주겠다고 약속한 터인데 아마도 2~3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지금부터 슬슬 종잣돈을 모아야지 싶다.
3. 수영
수영은 이번 여름의 메인 프로젝트이다.
수영은 그냥 시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큰 착각이었음을 아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들아이는 어릴 때부터 물속에 머리 담그는 것을 싫어라 했다. 물놀이는 그렇게 좋아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부터 수영 레슨을 시켜보았는데, 벽에 거머리처럼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 아이를 수영 강사가 벽에서 간신히 떼어내지를 않나 물속 점프를 안 하려고 버티는 바람에 강사가 긴 시간을 들여 설득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등등의 사태가 속출하였다. 미국의 아이들 수영 레슨은 스파르타 식이 아니라 즐겁게 놀면서 가르친다. 또래들과 같이 놀면서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잠수를 못하니 아들아이는 수업 내내 겉돌기만 하였다.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구치는 것을 부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말이다. 개인 레슨도 따로 시켜보았지만 얼굴이 물 위로 나오는 배영만 겨우 배우고 끝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중단. 준비가 안돼 있는데 억지로 가르치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강요할 수가 없었다. 결국 중학생이 된 이후에도 아이는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다.
그런데 수영이 필수인 보이스카웃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심지어 커다란 호수에서 1 마일 수영 경기에 참가한 동기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오, 멋지다. 나도 하고 싶어! 이러면서 아들아이의 동기 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오호라, 이때다 싶어 나는 아이를 위해 개인 레슨을 신청하였고, 딸아이에게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동생의 연습을 봐달라고 부탁하였다(약간의 수고비를 주는 딜이 있었지만). 그리고 주중에는 나도 아들아이와 같이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여담으로 아들아이의 수영 레슨이 끝나자마자 바로 아쿠아 줌바 수업이 있다. 대기하고 계시던 할머니들이 쪼르륵 밴치에 앉아서 아들의 수영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보시는 모습은(어떨 때는 안타까움에 탄식하시기도) 약간 코미디 같았다. 아, 그나저나 저 아쿠아 줌바를 예전에 나도 한번 따라 해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내 나이대가 아닌 듯하여 지금은 저 그룹에 끼기가 좀 그런데, 언젠간 나도 위화감없이 저기서 줌바를 출 때가 오겠지.


그리고 마침내!
지금은 배영, 사이드 스트로크 정도는 꽤 잘하는 것 같고, 자유형과 평형은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예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언제인가 아이는 수영장 바닥에 앉는 것(그러니까 그렇게 꺼려하던 잠수를!)을 시도해 보더니 별 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한번 수영장에 데리고 가면 물속에서 나오지를 않으려고 한다. 나는 아이를 아쿠아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이없어하면서도 은근 좋아하는 눈치이다. 우리는 학기가 시작되어도 주말마다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그 외에 아들아이는 태권도도 열심히 잘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누나를 따라다니며 배우러 다녔다면 검은띠를 딴 지금은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이다. 아들아이는 이렇게 운동에 집중하며 여름을 잘 마무리하는 중이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훗, 내가 다 보람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