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딸아이는 8주간의 서머캠프 일을 마무리했다. 캠프 내에서야 어린 꼬맹이들과의 좌충우돌 잡다한 사건 사고들이 많았겠지만, 집에서 부모가 보기엔 그저 무난하게 잘 해낸 듯하다. 마지막 한 주 동안에는 정든 캠프 아이들이 만들어 준 팔찌를 선물로 받아오기도 하고, 그동안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과 Staff Night를 즐기기도 하였다.


8월 18일, 아이의 마지막 출근을 도와주며 기념사진 찰칵. 아이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흘러넘친다.
딸아이는 자신의 첫 수입이 들어온 만큼, 가족들에게 뭔가 선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나였다. 내가 골라놓은 귀걸이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보여주자 딸아이는 가격을 보고는 쿨하게 다른 거 하나 더 사도 된다고 하였다. 역시 주머니에 돈 있는 자는 여유롭구나.


그래서 갖게 된 두 개의 귀걸이.
유명한 고급 브랜드의 귀걸이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귀걸이가 되겠다.

딸아이가 번 돈으로 선물을 받는다는 게 너무나 어색했던 남편이지만 아이의 성화에 마지못해 책 두 권을 골랐다.
아들아이는 평소에 갖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니 누나가 선물을 사준다고 했을 때 계속 자긴 괜찮다고 했나 보다. 어느 날 딸아이는 동생을 앞에 앉혀놓고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 OO야, 난 너보다 나이가 많아. 내가 이번에 처음 돈을 번 것이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왜냐면 나는 너에게 좋은, 음… 그리고 아주 너그러운 누나이고 싶거든.
설거지하면서 엿듣던 나는 살짝 감동을 받았다. 와~ 다 컸네 우리 딸.
이 말을 들은 아들아이는 이것저것을 골라서 누나에게 사달라고 했다. 온라인으로 결제를 마치자 아들아이는 누나를 꼭 끌어안고 고맙다고 했단다. 아, 내가 이 장면을 봤어야 했는데!


최근 유행하는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들이라는데 모자, 인형, 쿠션 이렇게 3개가 배달돼 왔다. 아들아이는 아직도 이런 게 좋은가 보다.
딸아이에게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우리 가족.
그런데 딸아, 그거 아니? 너 자체가 우리에겐 큰 선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