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의 날이 밝았다!
새해라고 특별한 건 없었지만 아침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며 일상적인 보통의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으로 떡국을 했는데,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짧은 시간 안에 떡국떡을 부드럽고 말랑하게 만드는 비법을 배워서 그대로 따라 해보니 꽤 괜찮았다(참고로 우리 식구는 쫄깃한 떡보다 말랑말랑한 떡을 좋아한다). 그 비법인즉슨 떡국떡을 물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주면 된다. 그리고난 후 떡을 잘 씻어서 떡국을 끓이면 전분이 씻겨나와 국물이 걸쭉해지지도 않는다. 오~ 괜찮다. 다행히 온 식구가 잘 먹어주었다.
오후에는 옆집에 사는 중국인 엄마가 새해라며 집에서 만든 스프링롤을 보내왔다. 아이들을 위한 조그만 선물과 손카드까지 말이다. 예전에 우리 아들이 동갑내기 그 집 딸한테 ‘너네 엄마의 스프링롤 맛있어‘라고 말한 이후로 명절이면 이렇게 스프링롤을 가져다준다.
마침 나는 저녁으로 한국식 양념통닭을 만들던 중이었는데(정말 다행히도!) 답례로 나눠 주었다. 나중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며 칭찬해 주었다(물론 나도 잘 안다, 이건 알아서 걸러들어야 할 부분이라는 걸).


1. 요즘 아들아이는 성당 미사 때 복사를 맡고 있다. 미사 시작 30분 전에 미리 가서 예행연습을 해야 하는데, 1월 8일 이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처음 복사를 맡았을 때 미사 중 멍~하니 딴생각하고 앉아있는 바람에 담당 선생님이 앞 좌석에서 양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이름을 불러대야 했던 건 안 비밀. 그래도 하면 할수록 익숙해져서인지 점점 잘하는 게 보인다.

2. 이상타… 분명 비올라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인데 왜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싶어서 가보니...
엄마 잔소리 때문에 비올라 연습은 해야겠고, 친구와의 통화는 끊지 못하겠고... 그래서 저러고 수다 떨면서 연습 중이시다. 세상이 좋아져서 심지어 여러 명과 동시 통화 중. 나중에 둘러대기를, 비올라 연습해야 한다니까 친구들이 연주하는 것을 듣고 싶다고 했단다. 그래서 저러고 연습했던 거라고. 그런데 엄마 귀에는 네 수다 소리가 끊이지 않던데?

3. 지난주에는 고등학교 음악 앙상블 콘서트가 있었다. 밴드부, 오케스트라부, 합창주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딸내미는 플루트를 연주하기 때문에 밴드부에 속해 있다. 지나고 보면 나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학교 행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 딸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몇 번 안 남았다. 아쉬움이 밀려온다.

4.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 연휴 덕분에 주말에는 지난 크리스마스 방학 때 못 갔던 스키장에 다녀왔다.
스키장이 있는 뉴햄프셔에 가는 길에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Minado 씨푸드 뷔페 레스토랑에 들렸다. 딸내미와 아들내미가 한참 잘 먹을 때라서인지 요즘에는 이런 뷔페 식당을 데려갈 때 돈이 아깝지가 않다. 다들 너무 잘 먹어서 호텔에 도착해서는 저녁을 패스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 그전에 넷플릭스 영화를 하나 보았다. 한국에서는 '트롤의 습격'이라고 이름 붙여진 영화였다. 이제는 좀 컸다고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영화를 안 보려던 녀석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같이 보게 된 것이었다. 관심 없다면서도 딸아이는 인터넷 소설을 보면서, 아들아이는 온라인 체스 게임을 하면서 흘끔흘끔 보더니… 나중에 보니 아주 상세하게 영화 스토리를 꿰고 있더라는. 웃긴 녀석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키 타러 온 Ragged Mountain Ski Resort.
슬로프가 다양하게 있고 적당하게 크면서 적당히 잘 돼 있는 스키장이다. 여기서 우리 아이들은 스키 타다 중간에 따뜻한 핫초코를 사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갈수록 우리 사는 동네의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 그런 것 같다. 눈이 좀 왔다가도 영상의 기온 때문에 바로 녹아버리곤 했다. 보스턴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양질의 눈을 즐기려면 북쪽으로 멀리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다행히 이 스키 리조트는 뉴햄프셔에 위치해서인지 천연의 눈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글쎄… 몇 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몸으로 체감하는 중이다.

원래도 그런 건지… 여긴 야간 개장을 안 한다. 오후 4시면 리프트의 모든 운행이 멎어버리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버린다. 텅 비어있는 스키장의 느낌이 묘해서 사진으로 찍어봤다.


5. 뉴햄프셔에서 돌아온 날 저녁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그다음 날 아침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눈이 쌓였다. 보통은 이런 눈 위에 새 눈이 겨우내 계속 쌓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눈도 영상의 따뜻한 기온에 곧 녹아버렸다.
며칠이 지난 지금은,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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