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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2년 12월

휴.. 작년 마지막 한 달은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2023년 새해를 맞이하였는데 이렇게 뒤늦게 2022년을 마무리한다. 하긴 작년과 재작년 여름휴가 때 여행 후기도 아직 못 올리고 있으니. 아니 뭐 이런 게으름이 다 있나!


딸아이는 간헐적으로 베이킹에 열을 올릴 때가 있다. 특히 학교나 학원 같은데서 팟락이나 도네이션 같은 행사를 하게 되면 꼭 쿠키나 파이, 케이크를 만들어서 참여를 하곤 하였다. 이번 12월 한 달 동안에는 두 가지 파이를 만들었다.


Treacle tart



전체 사진은 못 찍었는데, 위에 것은 Treacle tart라는 것이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해리포터가 좋아하는 디저트란다. 영국의 전통 간식 중 하나라던데 딸아이와 나는 생전 먹어본 적이 없는 디저트이다. 딸아이는 태권도 학원의 연말 팟락 파티를 위해 Treacle tart를 만들어 가져갔다. 디저트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달콤하니 잘 맞았다.


lemon meringue pie



일주일 후 고등 학교에서 아이들 음악 콘서트가 있던 날, 이때 파이 경매 행사도 함께 열렸다. 참가자들이 집에서 만들어온 파이를 기부하면 경매를 통하여 발전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다. 우리 딸은 레몬 머랭 파이를 만들어 참가하였다. 경매 가격에서 1등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팔리긴 팔렸다! 안 팔리면 남편이 사서 온 식구가 같이 먹으려고 했었는데 이미 팔려버린 관계로 우린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게 돼 버렸다.



pan de muerto



딸아이의 파이 만들기를 적다보니 생각나서 몇 달 전 사진을 뒤져보았다. 위의 사진은 아들아이가 10월 경 집에서 만든 빵이다. 스페인어 수업 시간에 배운 레시피를 따라한 것이었다. 팡 데 무에르토(Pan de Muerto)라는 멕시코 빵이다. 멕시코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날' 때 만들어 먹는 빵이란다. 아니스 씨(Anise seed)라는 것이 들어가는데 이 때문인지 빵에서 익숙하지 않은 향이 살짝 났다. 그것만 빼면 꽤 괜찮았다. 고로 주말 아침 식사로 당첨.



참고로,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온 팡 데 무에르토.
빵 위의 장식은 해골과 뼈 모양이라는데, 아들 아이의 빵도 나름 열심히 흉내 내 본 것이니 그렇게 이해해 주시길.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10일 정도의 짧은 겨울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계획을 세워보았었다. 물론 그중에는 스키 여행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겨울 방학 계획이 살짝 꼬이고 말았다. 먼저 23일 저녁 우리 집에 머물던 대학생 조카가 한국으로 떠나게 되어 있었다. 24일 저녁에는 발레를 하는 친구딸 JH가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을 마친 후 우리 집에 와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같이 보내기로 하였다. 27일부터 29일까지 뉴햄프셔에 가서 우리 아이들은 스키를 탈 계획이었다. 31일에는 JH가 클라라로 나오는 보스턴 발레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면서 2022년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고자 하였다.

자, 실제 상황은 이러했다. 한국 뉴스에도 나왔듯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 북서부에는 엄청난 눈폭풍이 왔었다. 보스톤은 눈폭풍이 아니라 비가 왔지만 조카가 출발하기로 한 그날 23일에는 강풍으로 인하여 모든 비행편이 취소되었다. 다행히 대체비행 편이 그다음 날인 24일로 나왔다. 그런데 24일 오후 공연을 하기로 되어있던 JH가 갑자기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무대에 서지를 못하게 되었다. 몸상태로 보건대 현재 머무는 임시 숙소에서 일찍 데리고 나와 우리 집에서 쉬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남편이 조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보스턴 시내로 들어가 JH를 픽업해 오는 동안, 나는 조카가 머물던 게스트룸을 재빨리 청소하고 침구류를 빨았다. 원래는 하루의 여유가 있었으나 비행시간 변경 때문에 6시간으로, 그리고 그 6시간이 JH의 공연 취소로 다시 3시간으로 줄어들면서 나는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했다. JH는 비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도 임시 숙소와 오페라 하우스를 걸어서 오가며 강행군같은 공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아마 그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몸살기를 보이는 듯했다. JH는 예전부터 우리 집 게스트 룸이 편안하다며 좋아하였는데 다행히 이번에 머무는 이틀 동안 몸 컨디션은 금방 회복되었다. JH는 남은 공연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동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둔 선물을 열어보았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 선물수가 대폭 줄었다. 아빠가 아이들과 상의하여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미리 기부를 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이벤트였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 만찬을 시작하기 전 우리 아이들과 JH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만찬.
스테이크, 칵테일 새우, 훈제 연어, 랍스터, 떡볶이, 샐러드, 카프라제를 준비하였다. 크게 손이 가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겐 제일 만만한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2021년 크리스마스 만찬과 거의 동일하다. 음... 2023년에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겠다. 물론 다들 맛나게 잘 먹어 주었으니 그저 나 혼자만의 고민일 뿐이다.



사진 오른쪽은 코스코에서 산 오레오 쿠키 하우스. 아이들이 만들었는데 아직도 야금야금 먹는 중이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은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이 역시 코스코에서 샀다. 홍콩 살 때 마카오에서 사 먹던 이 에그타르트가 가끔 생각났었는데 우연히 코스코 냉동 코너에서 발견하고는 어찌나 행복했던지. 오죽했으면 맹구같이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을 보고 앞에 계신 어떤 할아버지가 정중히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까지 하였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고 우리는 뉴햄프셔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야했는데, 갑자기 아들내미가 목이 아프다며 힘들어하였다. 미열도 있었다. 요즘 미국은 코로나뿐 아니라 일반 감기, 플루, RSV가 유행하는 중이다. 실제로 주변에 심하게 앓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우리는 결국 여행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 이번 방학 계획 중 가장 기대했던 여행이었던 만큼 아이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하였다. 다행히 아들아이는 하루 만에 회복되었다. 그래도 남은 연말 우리 가족은 온전히 쉬기 위해 말 그대로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보냈다. 아들아이는 자신 때문에 여행을 못 가게 된 거라며 우리에게 미안해하였다. 나는 지금은 누구든 아플 수 있는 시기이며 학기 중이 아니라 방학때 아픈 게 다행이라며 위로해 주었다. 사실 얼마 전에 딸아이도 감기 증상이 있었다. 여러 차례의 테스트 결과 코로나는 아니었다. 일반 감기던 뭐던 차라리 이렇게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게 면역력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31일.
우리는 보스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러 시내로 나갔다. 내 친구 JH 엄마가 한국에 일이 있어 이번에 미국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고맙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가족을 위해 공연 티켓을 선물해 주었다. 자기 대신 딸아이의 공연을 봐달라면서 말이다.




우리는 공연에 앞서 저녁으로 보스턴 차이나타운에 들려서 딤섬을 먹었다. 미국에서는 처음 먹어보는 딤섬이었는데(안타깝게도 아이들은 홍콩에서 먹던 딤섬맛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 모두 맛있다며 좋아하였다. 요즘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데다 바이러스 때문에 밖에서 식사하는 것이 꺼려지는지라 외식을 거의 못하고 있었지만, 가끔 이렇게 가성비 좋은 중국 음식으로 기분을 내보는 것도 괜찮은 듯싶었다.




그리고 보스턴 발레단의 호두까기 공연. 두둥~

작년 공연에 비해 훨씬 더 크고 화려해졌다. 팬데믹 여파가 이제 끝나간다는 신호일 것이다(정말 그럴까? 갸우뚱).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클라라 HJ.
역시나, 아주 잘했어, 클라라!



지휘자와 무용수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보스턴 발레의 마스코트인 베어가 머리를 긁적이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왔다.



베어가 지휘봉을 대신 잡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이때 나오는 음악이 Auld Lang Syne(석별의 정)이었다. 그렇지. 한 해가 저무는데 이런 노래는 들어줘야지.
덕분에 2022년 마무리는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Adieu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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