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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집수리

 

 

 

 

 

 

아무래도 이곳은 오래된 주택들이 많다 보니 일 년에 수리해야 할 것이 늘 한 두 가지씩 생기게 된다. 얼마 전에는 낡은 워터 히터를 교체했었고, 이번에는 싱크대에 있는 garbage disposal을 교체하였다. garbage disposal은 음식물 찌꺼기를 분쇄하는 장치인데 미국 가정집에는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워터 히터를 교체해주셨던 아저씨가 garbage disposal을 바꿔주셨다. 우리 동네 주민인데, 몇십 년 경력에 이 동네에서 꽤 평판도 좋은 분이시다. 이스라엘의 전문학교에서 배관 기술을 배웠다던데 본인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크단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미국은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인지 배관공, 전기공 등등 숙련된 기술자들의 수입이 상당히 좋다. 어떤 분야이든 직업에 귀천 없이 기술과 경력에 따라 금전적으로 우대받는 것은 당연하다... 고 생각하면서도 지갑에서 나가는 돈 액수를 생각하면 내 가슴이 저리다.


 

 

 
우리 집 외벽 페인트를 해줘야 할 시기가 됐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나갔다. 게다가 요즘 딱따구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결국 외벽 몇 군데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우리 집에서 인간과 딱따구리와의 싸움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딱따구리 퇴치용 풍선과 햇빛 반사 테이프를 사서 이층 창문 여기저기에 달아놓았다. 그런데 효과가 없는 것 같고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CD를 창문에 달아서 퇴치했다는 이웃도 있었는데, CD가 뱅글뱅글 돌면서 햇빛을 반사시켜야 하는데 우리 집 구조상 CD를 달만한 곳이 없었다. 센서가 장착된 움직이는 부엉이 로봇도 주문해봤는데, 받자마자 한숨이 나와 바로 리턴해 버렸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아이디어를 내어 야외 전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서 이층 창틀에 끼워 놓았다. 그리고 딱따구리 소리가 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매 소리를 틀어댔다. 그렇게 한동안 남편의 분노를 담은 매 소리가 우리 집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져 나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몇 해 동안 딱따구리는 우리 집 근처에 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해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남편은 먼지 쌓여있던 스피커를 꺼내어 창문에 장착하였고, 딱따구리와의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딱따구리는 강해져서 돌아왔다. 매 소리가 여전히 효과는 있었지만, 예전처럼 화들짝 놀라지는 않는 듯 보였다.

딱따구리가 남긴 구멍들은 빨리 메꾸어야 한다.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벗겨진 외벽 페인트도 칠할 겸 이곳저곳 핸디맨들한테 연락해 보았다. 그런데 다들 바쁘단다. 요즘엔 높은 곳 작업을 안 한단다. 그러면서 외벽 전체를 페인트 하는 건 가능하단다. 요즘 집수리나 인테리어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들었다. 큰 일이 아닌 이런 사소한 잡일은 안 하려는 추세이다. 낮은 곳은 괜찮지만 사다리 타고 이층까지 올라가는 것에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이 아쉬웠다. 보다 못한 남편이 나섰다. 직접 올라가서 구멍을 메꾸기로 한 것이다. 남편이 일하는 동안 나는 밑에서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했다.

구멍을 메꾸기만 하면 높은 곳의 페인트 칠은 전용 장대를 구입하였기에 사다리 없이 땅에서도 칠할 수 있었다. 남편은 오후 내내 이곳저곳을 페인트칠하였다. 조만간 업체를 불러 전체 페인트 칠을 다 하던지 아니면 돈을 열심히 모아서 목재가 아닌 견고한 외장재로 싹 다 바꾸던지 하겠노라 굳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페인트 칠을 마친 남편은 홍삼 진액과 타이레놀을 먹고 저녁에 일찍 잠이 들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오래된 주택에 살면서 이런저런 문제들 때문에 맘고생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시내 근처 조그만 콘도(미국에서는 아파트라고 부르지 않고 콘도라고 부른다. 아파트는 약간 다른 의미이다.)에 들어가 맘 편하게 살아야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COVID 때문에 생각이 바뀌면서, 안전하고 독립된 현재의 환경에 감사하는 중이었다. 물론 요즘처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줄줄이 생기면 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심리적인 위축 때문인지 이번 가을 단풍은 특별히 예쁘다거나 화려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페인트하는 도중에 바라본 우리 집 뒷마당의 단풍나무는 속절없이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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