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TV를 틀 때마다 연일 대선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대선이 며칠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대통령 당선 확정 소식이 들렸다.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이 안정화되길 기대하지만, 정권 이양이나 다시 치솟는 COVID 환자수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보니 당분간 사회가 꽤나 어수선할 것 같다. 그냥 평소대로 조용히 집과 마트만 왔다 갔다 해야겠다.

세상은 이리 시끄럽지만, 우리 집의 평범한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에 학교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 전문 사진사가 와서 개인 사진도 찍고 반 전체 사진도 찍어 주는데, 미리 내가 원하는 사진 패키지를 골라 요금을 내면 얼마 후 아이들 사진을 받아 볼 수 있다. 매년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데다 요금의 일부는 학교에 자동 기부가 되는 것이어서 나름 의미 있는 학교 연례행사이다.
보통은 학교에서 알아서 사진을 찍어오기 때문에 내가 직접 사진 찍는 것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는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지라 미리 예약한 촬영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 그랬더니 야외에 사진 찍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안전 문제 때문에 올해는 실내에서 실외로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나는 아이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여러 번 더 찍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너무 유난인가 싶긴 했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들어갈 사진이라 신경 좀 쓰고 싶었다.
졸업 앨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둘째의 학교 문제가 좀 꼬여 버렸다.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 중, 우리 둘째를 포함하여 몇몇 아이들이 옆 학교로 배정되어 버린 것이다. 타운 내에 세 초등학교가 있는데, 전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배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단다. 타운 내 중학교는 하나이기 때문에 어차피 중학생이 되면 다 만나게 될 아이들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고, 일단 한 학기만 임시로 그리 배정되는 것이라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졸업 자체를 아예 다른 학교에서 하게 생겼다. 이사를 한 것도 아닌데 입학하는 학교와 졸업하는 학교가 달라지는 몹시도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아들내미는 이런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듯 보였다.
큰 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 사진 찍는 것을 어색해하고 별로 안 좋아하였는데, 이참에 올해 사진은 안 찍겠다고 선언하였다. 뭐 어차피 올해는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러라고 하였다.

이웃의 친한 언니가 근처 주립 공원에 놀러 갔다가 따온 야생 크랜베리를 나누어 주었다. 그냥 주어도 감지덕지인데 센스 있게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주었다. 작은 정성이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이제 곧 땡스기빙인데, 우리 식구를 위한 크랜베리 소스를 만들기에 딱 좋은 사이즈여서 일단 냉장고에 고이 모셔놨다.

또 다른 이웃 친구는 뒷마당에서 수확한 배를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건 좀 웃긴 얘기인데, 이 친구가 현재의 집을 살 때는 한 겨울이었고 마당에는 눈이 덮여 있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집을 사는 지라, 집 안 구조에만 신경을 썼었지 마당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았단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봄이 되어 눈이 녹고 보니 뒷마당 구석에 사과와 배 나무 등 과실수들이 나타나더란다. 전 주인이 조그만 과수원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었다(이 경우는 그래도 양호한데, 우리 옆집은 잉어가 사는 연못이, 또 다른 이웃은 놀랍게도 마구간이 나타났었다!). 매년 꽤 많은 배가 열리나 보던데, 배를 따서 먹어보니 생긴 것은 못났어도 맛은 있더란다. 그래서 나도 얻어먹게 되었는데, 한국배와는 식감이 좀 다르지만 나름 아삭하고 달달한 게 꽤 괜찮은 맛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못생겼다고 안 먹으려고 하고 애들 아빠는 익숙한 한국배가 낫다고 그래서 일단, 배 생강차를 만들기로 하였다.

야금야금 먹다 보니 몇 개 안 남은 배 그리고 생강을 편 썰어 슬로쿡으로 배 생강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게 나왔다. 겨우 두 컵 정도의 분량이다. 큰 보온병에 넣고 몇 날 며칠을 홀짝거리며 마실 상상을 하였는데 꿈이 너무 야무졌나 보다. 남편한테 꿀을 섞은 배 생강차 한 컵을 주었더니 함박웃음 지으며 뭐라고 뭐라고 그러는데,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시청하며 설거지하느라 무슨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배 생강차가 마셔보니 너무 좋더라... 뭐 이런 얘기겠거니 생각하고 있다(나중에 확인해 보니, 차 맛이 좋았다고... 암 그래야지).
크랜베리도 그렇고 배도 그렇고 올가닉으로 챙겨 먹으니 왠지 나 스스로 웰빙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웃의 정도 따뜻하기 그지없다. 소소한 행복으로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