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첫 일정으로는 아들아이의 고등학교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다.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학생이 나와서 각 연주곡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 이번 연주곡들 중에는 ‘아리랑’이 있었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들아이가 마이크 앞에 섰다.

‘아리랑은 유명한 한국의 전통 민요이며 옛날부터 한국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이다. 어떨 때는 비공식적으로 애국가를 대신하여 부르기도 한다…’ 뭐 그런 설명이었다.
나중에 아이에게서 들어보니, 선생님이 발표자를 구했을 때 아들이 손들어 자원했단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아리랑을 너무 이상하게 발음해서란다. 그리고 이 곡만큼은 그냥 자기가 직접 소개하고 싶었단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울려 퍼진 아리랑.
크… 미국땅에서 듣는 아리랑의 선율은 뭉클할 수밖에 없다.
그다음 날에는 Senior District Music Festival이 있었다.
작년 11월, 우리 district 내 여러 학교의 아이들이 음악 오디션을 치렀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아들아이는 올해 처음으로 고등부 오디션에 도전하게 되었다.
오디션을 한참 준비 중인 지난여름, 아이의 비올라 선생님이 갑자기 타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새 선생님을 소개받긴 했는데, 음악 캠프 및 연주 활동으로 여름 내내 그리스에 체류 중이셔서 바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몇 주 동안은 기존 선생님한테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했다. 9월이 되어서야 만나보게 된 새 선생님은 다행히 아이와 잘 맞았다.
솔직히 아들아이는 음악에 소질이 없다. 그저 성실할 뿐이다. 미국 학교가 워낙 과외활동을 강조하는지라, 운동보다는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악기를 시작하게 된 거고(그런데 나의 착각이었음을… ㅜㅜ), 또 학교 선생님과 개인 레슨 선생님이 오구오구 잘한다 해주시니(미국인들의 과한 칭찬에 속으면 안 된다) 본인이 정말 잘하는 줄 알고 5년째 비올라를 잡고 있는 거였다.
어쨌든 이번 오디션곡이 아이한테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자고 하셔서 일단 시작을 하였는데, 내 마음은 준비 기간 내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웬 삑사리는 어쩜 그리 많이 나던지… 설거지하다 나도 모르게 ”아냐! 그거 아냐! “라고 꽥 소리 지르다 아차! 후회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오디션을 치른 아이는 바로 다음날 결과지를 받았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좋은 점수로 말이다. 살짝 아쉬웠던 점은, 4점이 모자라서 all state recommendation은 못 받았다. 한국으로 치면 내가 종로구에 살아서 종로구 오디션에는 합격했지만, 서울시 오디션에 나갈 수 있는 점수에는 못 미쳤다는 얘기다. 그래서 종로구에서 주최하는 연주회에만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거. 하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냐 싶었다.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중학교 때는 저~ 뒷줄에 앉아서 얼굴이 아예 안 보였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앞 줄이라서 얼굴이 잘 보였다(부모 입장에서는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자리 배치가 은근 중요하다).

이번 festival에 같이 참여한 옆집 친구 Grace.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친구인데, 중학교 때 비올라로 갈아탔다. 바이올린으로 기초를 워낙 탄탄하게 잘 다진 데다 재능도 있는지 우리 아들이 실력으로는 못 따라가고 있다. 학교에 비올라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아들내미가 연습만 꾸준히 하면 그나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이 친구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가려지지 싶다.
그나저나 ’ 어릴 때부터 같이 놀던 그저 그런 친구‘인 줄 알았던 Grace가 이번에 all state 오디션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는 소식에 우리 아들이 살짝 충격을 받았다. “이상하다. 비올라는 내가 먼저 시작했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리길래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아들내미는 요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비올라 연습을 하고 있다. 내년엔 all state 오디션에 꼭 나가고 싶다면서 말이다. 뭔가 자극을 받긴 했나 보다. 이런 걸 ‘엄친딸 효과’라고 해야 하나? 옆집 딸내미가 고맙게 느껴진다.

공연이 끝난 후, 잘했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오는 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쓰촨 음식점에 들러 맛난 저녁 식사를 하였다. 방학이라고 딸아이가 집에 와있으니 오래간만에 온 식구가 다 모였다. 마음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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