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동안 보이스카웃에서 1박으로 하이킹 트립을 갔다 왔다. 뉴 햄프셔 화이트 마운틴에 위치한 Lonesome Lake이란 곳이다.
침낭을 포함하여 자신의 모든 짐을 등에 메고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트립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8학년부터 신청할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야 했다. 가볍고 편안한 하이킹 슈즈를 사서 미리 몇 주 동안 길들이는 작업을 해야 했고, 배낭 속 짐들의 무게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자기 몸무게의 20%를 넘으면 안 된단다) 모든 용품을 작고 가벼운 것들로 준비했다. 침낭은 보이스카웃 가입했을 때부터 정말 큰 맘먹고 성능 좋고 가벼운 (그러나 비싼) 침낭을 사놨었다. 하이킹 도중 마실 물은 개울가나 호숫가에서 충당해야 하니 휴대용 mini 정수 필터도 샀다. 식사는 가볍지만 칼로리가 높은 것들, 예를 들면 에너지바, 말린 망고, 비스킷에 곁들일 치킨 파우치, 삶은 달걀, 뜨거운 물에 불려 먹는 드라이 푸드를 준비했다. 쓰레기와 남은 음식은 무조건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도록 지퍼백도 여러 장 챙겼다. 벌레 퇴치제는 무게 때문에 액체 스프레이 형이 아닌 물티슈형으로 샀다(다음에는 그냥 소형 스프레이를 사다 써도 될 것 같다). 하이킹 도중 화장실이 급할 경우에 대비하여 가벼운 미니 모종삽도 구매하였는데, 다행히 하이킹 도중 땅을 파야 할 응급 상황은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일이었다. 첫 하이킹 트립이라 백팩 준비를 도와주는 나도 며칠 동안 정신없었지만, 무거운 짐을 메고 하루종일 산을 타야 하는 아이에게는 여러모로 크나큰 도전이었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보이스카웃 아이들과 성인 보호자들은 한 장소에서 모인 후 뉴햄프셔로 떠났다. 경험 많은 스카우트 형들은 포기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는 듯, 그들의 짐은 심플하고 가벼워 보였다. 우리 아들의 짐가방이 아마도 제일 크고 무거웠던 것 같다. 너무 불안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중간에 힘들다고 울지는 않을까?



결과는?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험해서 몇몇 아이들은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단다. 아들아이의 경우는 최종 목적지 10분 정도를 남기고 멈춰야 했단다. 오 우리 아들, 그래도 꽤 선전했네? 반 정도가 중도 포기하였는데, 그래도 고등학생 형들은 이 악물고 산정상에 올랐다고 들었다.
어른 봉사자로부터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아들아이가 하이킹 자체를 무척 즐기는 것처럼 보였단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주변을 감상하면서,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면서 말이다. 아들아이의 저런 성격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꽤나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래서 칭찬 아닌 칭찬을 듣는다. 문제는 경쟁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저러고 있다는 거...
하이킹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아이는 힘들었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였다. 경치가 좋았고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도 즐거웠단다. 내년에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고 하였다. (몸이 힘든 야외활동이라면 질색팔색하는 남편인지라) 부모를 통해서는 이런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없을 듯하여 보낸 보이스카웃 활동인데, 아이가 대만족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준 Mr. Isidor에게 감사 메일을 보냈는데 그의 답변에서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I am so glad Y** had fun. He is really polite and thoughtful and a good influence on other scouts (including Sam). He really challenged his own limits with a long, hard hike on Saturday afternoon while still being responsible. He stopped short of the peak in order to have enough time and energy to make it back to the lodge while some older scouts pressed forward, and I think he should be proud of his ability and know that he can go further and higher every year as he grows. And he should know this applies to all areas of life as well! "
"아이가 좋은 시간 보냈다니 기쁩니다. 아이가 예의 바르고 사려 깊어 다른 스카우트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을 했고, 자신이 멈추어야 할 때를 알고 멈추었으며, 남는 에너지를 가지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앞으로 자라면서 더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
뭐 대충 이런 의미의 내용이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서 답장을 썼다면 예의상 아이 칭찬에 주력해서 주저리주저리 썼을 것 같다. 하지만 도전 정신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조언들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미국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할 때의 관점은 이렇구나 싶었다.
도전과 성장은 나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이다. 내가 아이의 도전과 성장을 위해 올바르게 이끌어 주고 제대로 도와주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 보지만, 사실 양육자로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계속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 듯싶다.
결론적으로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나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