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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3 연말 풍경


1. 추수 감사절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큰 명절이다.

나에게는 명절에 사촌들을 만나 수다 떨거나 뒹굴거리며 놀던 기억이 푸근하게 남아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못해보는구나 싶다.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는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나 가능하려나.

이민 1세대인 우리 가족은 조촐하게 우리만의 추수감사절 흉내만 내어본다.



 

추수감사절 만찬




곧 대학을 가게 될 딸아이에게 (술 안 마시는) 남편이 술교육을 좀 시켜보겠단다. 그래서 아들 빼고 우리 셋이서 와인을 마셨다. 아무래도 첫 와인인지라 아이는 맛이 쓰다고 인상을 쓰며 중간에 소다를 섞어버렸다. (아까워라)

어른의 세계에서 술이 달다는 것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음을 언젠간 알게 되겠지.


2.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추수감사절이 끝나자마자 집안 곳곳을 장식해 놓았다. 왠지 나 혼자 신나 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서도.



실물이 더 예쁜 우리집 크리스마스 장식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이 되면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으로 달려가 선물 포장지를 뜯는다. 이젠 다 컸다고 한 달 전부터 원하는 선물을 미리 지정해 놓으면 나는 블랙프라이 데이 때 저렴한 가격으로 사다 놓으면 된다. 편하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에서 제공하는 산타의 위치를 추적해 보는 것도, 선물을 열어볼 생각에 밤새 한숨도 못 자며 설레어하던 아이들의 모습도 이제 다 옛날이 돼 버렸다. 아쉽다.



선물 오픈




그리고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 두둥~

 

 

크리스마스 만찬

 
 
올해는 소고기 스테이크 대신 수비드 양고기와 매운 양념 돼지갈비찜을 준비해 봤다. 흠~ 역시 양고기는 나와 안 맞아. 내년엔 제외하는 걸로.



 

저 아이가 내 친구 딸입니다, 여러분~

 
 
이 날 만찬은 발레를 하는 친구 딸아이와 함께 하였다. 몇 년 전 보스턴에 유학 온 이래로 매년 크리스마스를 우리 집에서 함께 보내고 있다. 올해 보스턴 발레의 넛크랙커 공연에 메인 광고 모델이 되어 시내 곳곳에 걸렸단다. 본인도 자랑스러워하는 중.

벌써 이렇게 성장했구나. 미래에 대한 확신과 함께 발레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했다. 그래, 멋지게 잘 사는 모습 계속 보여주렴.
 
 

3. 스키

방학 기간 동안 2박 3일로 스키 여행을 다녀왔다. 

세상에~ 12월인데도 날씨가 어찌나 따뜻하던지, 뉴햄셔까지 올라가는데 길가에 쌓인 눈은 없고 보슬비만 주룩주룩 내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좋단다. 짙은 안개까지 끼어 있어 스키 타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 큰 스키장을 전세 낸 듯 우리 아이들은 신나라 했었다. 

호텔을 취소하지 못해 일단 집을 떠나왔는데, 뭐 이런 경험도 괜찮네 싶었다.
 

 

호텔 내부의 크리스마스 장식. 좋다 이런 감성.

 
 
둘째 날은 하루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가족 모두 호텔방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집에 있으면 자꾸 집안일을 하게 되지만, 방에 갇혀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뒹굴거려 보니… 햐, 좋긴 좋더라. 까무룩 낮잠도 자보고, 온 가족이 다 함께 깔깔거리며 넷플릭스 영화도 여러 편 보았다. 주변의 새로운 음식점도 개척해 보고 말이다. 강제로 온 식구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이 시간이 나이 들수록 소중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비가 멎은 셋째 날 다시 스키장으로 갔다가 저녁 늦게 컴백 홈. 이번 방학은 큰 무리 없이 잘 보낸 것 같다.

이렇게 2023년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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