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생일을 맞이하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 안 하여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와 남편 생일 때는 케이크에 초를 꽂을 때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딸아이는 나와 다르게 베이킹 특히 달달한 케이크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 생일 파티에 가면 친구 엄마들이 근사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내놓는데, 집에 돌아오면 케이크가 얼마나 맛있었고 또 얼마나 예뻤는지 몇 날 며칠을 얘기하곤 한다. 이 엄마는 그런 케이크 장인이 아닌지라 살짝 미안하긴 한데... 어찌하리. 결국 딸아이가 직접 케이크 만들기 도전에 나섰다. 베이킹 책과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케이크 종류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조금씩 실험도 해가면서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펜데믹 이전처럼 평범한 일상 중이었다면, 딸아이는 아마 방과 후 베이킹 클래스를 다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빠의 생일을 몇 주 앞두고 딸아이는 아빠에게 어떤 종류의 케이크를 원하는지 조사를 하였고, 아빠는 초콜릿 케이크만 아니면 다 좋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하여 아빠의 생일을 위해 대망의 케이크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그럴듯하게 장식 중인 딸내미.
바닐라 케이크인데, 겉을 커피 가루로 장식하고 있다.
(아빠가 카페인 때문에 커피 못 마시는 건 안 비밀)

나름 생각한 장식이 있나 본데 생각대로 안 나오자 그냥 코코아 가루로 다 덮어 버렸다. 아빠가 촛불을 끄는 순간 코코아 가루가 모두 내 쪽으로 펄~펄~ 흩날리는...
어쨌든 애들 아빠는 딸내미가 만들어 준 케이크가 그렇게 맛나고 좋았나 보다.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그다음 날 지인들과 화상 통화하면서 일부러 케이크 조각을 보여주며 자랑을 해댔다.

그다음 날 같이 산책하는 아빠와 딸.
학교 수업과 관련하여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준비 중에 있는 딸이 아빠에게 이런저런 조선 역사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다. 내가 잠시 뒤떨어져 있다가 다시 합류하고 보니 어느새 대화의 주제는 AI와 죽음의 정의로 건너뛴 상태이다.
아들내미가 나에게 말한다.
- 엄마. 아빠랑 누나가 아까는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
-------- 번외 편 --------

레인보우 케이크는 딸아이가 올해 초에 만든 것이다.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어 본 케이크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학교 수업 시간에 팟락 파티를 한다고, 딸아이가 직접 이 레인보우 케이크를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갔다. 아이들 투표로 홈메이드 음식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다.

5월 내 생일 때 만들어준 딸기 무스 케이크.
시중에 파는 무스 케이크보다 더 신선하고 진한,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아이 아빠는 자신의 생일 때도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아이는 그것을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내미~ 우리집 제빵사로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