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 시기의 걱정들, 그리고 플루샷

 

   큰 아이가 홍콩에 있는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친했던 친구 둘이 있다. 한 명은 홍콩인, 그리고 나머지 또 한 명은 일본인이다. 학교가 끝나면 플레이 데이트도 자주 하고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러다 우리 식구가 먼저 미국으로 떠나오게 되었고, 홍콩 친구네는 일 년 후에 아이 교육을 위해서 아이와 둘이서 영국으로, 그리고 일본 친구네는 계속 홍콩에 남아있었는데 조마간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이라 하였다. 우리는 다 같이 사춘기의 딸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리고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엄마'가 처음이기에, 거기에 더하여 이민 생활로 인한 고단함,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고자 종종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홍콩 엄마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두 잘 지내고 있지? 이제 애들은 학교 시작했어? 우리 아이는 월요일에 학교 개학했어. 학교에서 마스크 쓰는 것은 의무가 아닌데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원하면 써도 괜찮대. 스쿨버스 안에서는 마스크 꼭 써야 해. 학교 안에서 사회적 거리는 전혀 안 이루어지고 있어.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마스크를 아무도 안 쓰고 있으니까 우리 아이 혼자 마스크 쓰면 좀 이상한가 봐. 영국은 지금 환자가 늘고 있어. 너무 걱정돼.
영국 학교는 그냥 예전처럼 똑같이 운영되고 있어.
다만 학년 별로 Bubble(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는데, 그 버블 내에서 환자가 나오면 그 버블은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 하지만 그 집에 다른 학년의 형제자매가 있다고 생각해봐. 그 버블만 자가 격리할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 지역의 몇몇 버블에서 벌써 확진자가 나왔어. 우리 애 학교는 아니지만 말이야. 

 


   왜 영국 학교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이 의무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총리가 언급했던 집단 면역을 기대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학교에 보내는 엄마도, 혹시나 또래 내에서 괜히 튈까 봐 조심스러운 사춘기 아이에게도 힘든 일이겠다 싶었다. 

 

나는 답장을 보냈다.  

 

모두들 안녕! 그렇지 않아도 소식 궁금했어. 우리 애들 학교는 이번 수요일에 개학이야. 하이브리드(이틀 대면 수업, 사흘 온라인 수업) 할지, 전체 온라인 수업할지 결정하라기에 우린 그냥 전체 온라인 수업하기로 했어. 그래서 우리 애들은 이번 학기엔 그냥 집에 머물 거야. 하이브리드 애들은 학년별로 Cohort(라는 그룹)로 나눠질 텐데, 형제자매들은 같은 요일에 학교에 가도록 한대. 학교 안에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유지는 필수라고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빨리 백신이랑 치료제가 나왔으면 좋겠어. 

근데 Fumika네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일본으로 간 거야?

 

 

오늘 일본 친구가 답장을 보내왔다. 

 

 안녕. 우린 내일 홍콩을 떠나. Fumika는 친구들이랑 지금 하이킹 중이야. 나도 일본의 학교가 걱정돼. 여름 방학도 줄이고 지금 그냥 평소대로 수업하고 학교 행사도 하고 있대. 운동회랑 소풍 이런 거 말이야. 도쿄는 아직도 매일 200-300명 환자들이 나오고 있어. 일본 정부는 COVID-19을 통제 못하고 있어. 

 

 

나와 영국에 있는 홍콩 친구는 다 같이 안전한 귀국이 되도록 빌어주었다.

 

부디 안전한 여행이 되고 잘 정착하길. 곧 얼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식구는 마침 한글학교에서 마련해 준 독감 백신을 맞으러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10월, 동네 타운에서 실시하는 독감 예방 접종을 맞곤 하였다. 올해 미국은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독감 예방 접종은 무조건 의무 사항이고 예년보다 더 일찍 맞도록 권장하고 있다. 마침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될 아이의 한글학교 교재를 받으러 가면서 겸사겸사 온 가족 독감 백신도 같이 맞기로 미리 신청해 놨었다.

 

 

 

이쁜 보스톤 하늘

 

 

주사 맞는 우리 아들. 다들 마스크 쓰고 있으니 초상권 침해 뭐 이런 말은 없겠다. 그런데 젊은 약사님, 우리 아들 상처 밴드를 전혀 엉뚱한 곳에 붙여주시면 어떡합니까?! ㅋㅋ

  

  CVS(미국 약국 체인 중 하나)에서 약사들이 나와서 백신 접종을 해 주고 있었다. 이번에 한글학교를 통해서 백신 신청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실내가 아니라 건물 밖 야외에서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한글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그간 밀린 안부를 묻느라 상당히 흥분돼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다녀도 그 와중에 서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역시 인간은 상황에 맞추어 발 빠르게 적응해 간다.

   요즘 나의 바람은 이거 하나이다. 마스크 벗고 2미터 이내에서 서로의 얼굴에 침 튀기며 수다 떨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케이크  (0) 2020.09.21
코스코 장보기  (0) 2020.09.17
개학을 앞두고  (0) 2020.09.11
도서관, 그리고..  (0) 2020.09.09
여름동안 시도해 본 음식  (0) 20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