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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일학교 수업

 

성당 주일학교에서 유치원, 초등 1학년 합동 반을 맡은 지 올해로 5년째이다. 

원래 어린아이들을 안 좋아하는 성격인데, 아이 둘을 낳아 엄마가 되고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아이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훨씬 따뜻해진 것 같다.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내 모습에 내심 놀라면서, '그래, 내가 이런 식으로 성장해 가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보통은 12-15명 정도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복작복작 거리며 수업을 진행하곤 하였는데, 이번 학기는 주일학교 수업이 모두 원격 수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주일학교를 신청한 우리 반 아이들의 숫자도 4명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미래의 직업들 중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가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모르긴 해도 앞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그 사실을 절실하게 공감하고 체험하게 될 것 같다.   

 

주일학교 개학을 앞두고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인 Zoom 활용 법을 배우고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파워포인트도 만들어보고 그랬다. 모든 것이 어설펐지만 그래도, 드디어 이번 주 첫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젠 주일학교 수업에 어느 정도 노하우도 쌓여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린아이들과의 원격 수업은 또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가령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이나 스크린 피로도를 생각하여 평소 한 시간 반이나 되던 수업 시간을 30분으로 확 줄여야 했기에 수업 내용이 그만큼 응축되어야 한다. 동시에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업 방식 및 게임 등을 개발해야만 한다.        

 

 

 

우리반 이쁜 뭇난이들

 

 

 

첫날이라 간단한 자기소개 및 지난여름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등등을 이야기하고, 텔레파시 게임을 해 보았다. 또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재능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다 다르게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 그리고 나는 유일한 존재이고 아주 특별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정해진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자 세상에서 가장 못난 표정을 지으며 수업을 마무리하였는데, 이를 스크린 샷으로 찍어 아이들에게 보내주었다. 

 

정해진 30분이 참 빨리 지나갔지만, 수업이 끝난 후 몰려오는 피곤함은 거의 2시간 수업 수준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어떻게 적응해 나가겠지 싶긴 하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이런 은근한 긴장감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나에게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아이들이 꽉 찬 정신없는 교실에서, 내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티 없이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고, 가끔은 별로 웃기지 않는 농담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대는 반응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 그러다 날씨가 좋으면 우르르 밖으로 나가서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그런 시절이 그립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새로운 수업 방식을 즐겨보련다.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그에 맞춰 내가 살아가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면, 거부하지 말고 즐겁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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