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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개학을 앞두고

 

 

빈 교실 창문에 남겨놓은 어느 선생님의 메세지

 

 

 

 

 

 

  다음 주 수요일이면 아이들 학교가 개학을 한다. 미국은 주마다, 그리고 같은 주 안의 타운 별로 방학이나 개학을 시작하는 날짜가 다른데, 여기 매사추세츠는 많은 타운이 Labor Day(9월 첫째 주 월요일) 직후에 개학을 한다. 우리 타운의 경우는 원래 Labor Day 이전, 그러니까 8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하였다. 우리가 사는 곳은 나름 유서 깊은 유대인 타운인데, 내 생각에는 유대인들의 주요 명절을 지키면서 수업 일수를 맞추려다 보니 조금 일찍 개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주정부 차원에서 학교 운영을 위한 새 교육 지침이 급하게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에 맞추어 학교와 선생님들의 준비 기간이 좀 더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들로 올해 모든 학교의 개학이 평소와 달리 몇 주 늦춰지게 된 것이다.    

 

   이미 여름 방학 중반부터 많은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수없이 메일을 보내왔는데, 처음에는 ① 완전 대면 수업,  ②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부분 대면 수업(일주일에 이틀은 대면 수업이고 나머지 삼일은 온라인 수업),  ③ 전체 온라인 수업 이 세 가지 중 선호하는 방식을 묻는 메일을, 그리고 며칠 후 조사 결과를 알려주는 메일(놀랍게도 완전 대면 수업을 선호한 가정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또 며칠 후 하이브리드와 전체 온라인 수업을 동시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니(물론 당연하게도, 가장 많은 가정이 선호한, 완전 대면 수업 방식을 탈락시켜버렸다!!) 각 가정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간단하게 정리해 본 것이지만, 학교와 부모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이렇게 여러 차례 반복된 걸로 기억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매사추세츠는 미국 내에서는 잘 통제되고 있는 주 중에 하나이고 그중에서도 우리 타운은 COVID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은 안전한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 돌아가는 상황이 예측불허로 안심하기 어려운지라 아이들과 상의한 후, 둘 다 이번 학기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큰 아이의 경우는 올해 고등학교 입학인지라 새 환경에 대한 적응이 필요할 텐데 아무래도 그런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야겠다.

 

   학교에서는 현 상황에서 어떠한 대처와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 및 안전 가이드라인, 그 외 매주 업데이트되고 있는 내용들을 메일로 보내왔다. 그러나 개학이 다가오면서 불길한 소식들이 다른 뉴스 매체를 통해 전해져 왔다. 우리 타운의 교사 단체가 대면 수업을 거부한다는 레터를 학교에 공식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학생·교사의 안전 및 수업 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전체 온라인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 측에서 각 가정에 보내는 메일에 의하면 개학 준비는 모두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보였으나, 이렇듯 각종 매체에 의하면 교사들과 학교 간의 대립은 수 주째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법적 공방으로까지 발전하는 모양새이다. 이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에 남편은 이미 익숙한 듯 말하였다.

 

- 일하다 보면 이런 일 흔해. 사측에서는 사원들에게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평소대로 레터를 보내지. 하지만 사실 사측과 노조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중인 거야. 그래서 관련자들 외에는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 

 

  어쨌든 우리 가족은 다음 주에는 '계획대로 개학을 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어야' 했다. 큰 아이는 어제 Zoom을 통해 카운슬러와 인사를 하였다. 이곳 고등학교는 한국과 같은 담임 선생님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 대신 아이들마다 카운슬러가 지정되는데, 그 카운슬러와는 고등학교 4년 동안 함께 하게 되며 대학 진학상담을 포함하여 개인적인 고민 및 학교 생활의 모든 것에 대해서 상의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시기 동안 학생과 카운슬러와의 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다음 주 수요일이 개학이니 그전에 월, 화 나누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학생들은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져 오전에 강당에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것이고, 우리 아이처럼 완전 온라인 수업을 들을 학생들은 화요일 오후에 Zoom을 통해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예정이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경우, 최근에 또 하나의 학교 메일을 받았다.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옵션을 추가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하이브리드 학생들이 대면 수업하는 동안 교실 카메라를 통해 집에서 실시간 참여하는 것인데, 이번에 추가된 옵션은 Zoom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전용 수업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는 우리 타운에 있는 세 개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고 이 수업을 위한 선생님들이 따로 배정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는 다른 학교 아이들과 함께 처음 보는 낯선 선생님한테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큰 고민 없이 후자의 수업 방식을 선택하였다. 아무래도 온라인 전용 수업 방식이 아이에게는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일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는, 아직까지 수업 관련 상세 정보는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담당 선생님이 누구인지도, 아이들이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수업 커리큘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상당한 삐걱거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 주면 많이 바빠질 것이다. 낯설고 동시에 좌절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래, 그런 때가 있었지’라면서 오늘 날을 추억할 때가 오겠지만, 여튼 지금 당장은 새학년의 첫 날 모습이 어떠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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