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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코스코 장보기

 

   펜데믹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열흘에 한번 정도 코스코에 장을 보러 나간다. 그리고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정도는 월마트와 한인 마트(H Mart)에 가서 그 외 필요한 것들을 사 온다. 가급적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 4, 5월은 장 보러 나가기도 겁이 나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여들다 보니 배달 예약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코스코에 가보면, 쌀, 휴지, 손세정제 등등이 재고가 없어 구하기 어려웠고 심지어 고기도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원하는 것(특히 닭고기)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한동안 지속되었었다. 재고가 있다고 해도 한 가정당 구매할 수 있는 개수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고, 사재기가 심한 몇몇 품목의 경우는 교환이나 환불이 아예 불가능하였다.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전에나 볼 수 있는 재고 부족 현상이 몇 주, 몇 달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이 미국에서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미국의 두루마리 휴지 품절 대란 소식을 접한 친구들이 한국에서 휴지 보내 준다고 연락해 올 때는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었던 건 우리 집은 뭔가 크게 아쉬웠던 적이 없었다.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사재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 지역에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그냥 싸한 느낌에 한 두 개 정도 미리 사놓고 그다음에는 온 식구가 아껴 쓰도록 몇 가지 규칙을 정하니 생각보다 아쉬움 없이 잘 버텨내었다. 그러면서 온라인 마켓에 수시로 들어가서 운 좋게 재고가 있으면 바로바로 주문하였다. 한참 쌀을 사기 어려울 때에는 아침밥은 무조건 빵이나 시리얼을 먹었다. 밥할 때 잡곡 양을 늘렸고, 카레라이스나 볶음밥, 김밥을 할 때는 태국 재스민 쌀을 사용하였다. 냉장고 안에 숨어있던 재료들을 찾아내어 부지런하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냈으며 냉동고의 빈 공간에는 새로 사 온 고기들을 다시 꽉꽉 채워 넣었다. 화장실 휴지는 평소보다 줄여서 썼고, 물비누의 경우는 모두 거품비누로 만들어 썼다. 알코올과 글리세린을 섞어 홈메이드 손세정제를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혹시 몰라, 채소 씨앗까지 미리 주문해 놓고 야채를 살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놓기도 하였다(다행히 야채는 마트에 늘 풍족했다). 이 당시 많은 가정이 이런 식으로 살아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시도들이 나름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물론 지금은 마트에 가 보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내가 주로 가는 코스코. 매사추세츠에서 제일 작은 매장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사람이 덜 몰리는 것 같아 팬데믹 이후론 이 곳 매장만 찾는다.

 

 

 

 

 
싱싱한 가을꽃 화분들. 실제로 보면 꽤 크다.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는데, 싣고 갈 공간이 없을 것 같아서 포기. 다음에 꼭 사야지.

 

 

 

 

 


오리온 초코파이를 대용량으로 팔고 있다. 특히 비비고 같은 몇몇 한국 제품들이 미국 코스코에서 열 일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갈수록 한국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볼 때마다 기특하고 반갑다.

    

 

 

 

 


이제 코스코에서 쌀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래도 이젠 습관적으로 여유분을 쟁여두게 된다.

 

 

 

 

 

 

 

 고기도 종류별, 부위별로 가득가득.

 

 

 

 

 

 
Beef Bulgogi(Korean BBQ)라고 써져 있는 불고기. 예전에 한번 사 먹어봤는데, 역시나 짜고 달다. 우리 애들이 좋아하면 계속 사 먹을 의향이 있었는데, 애들은 별로라고 해서 패스.

 

 

 

 

 

 


그 유명한 사재기 대표 주자 휴지. 지금은 모두 가득가득.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광경이다.
분명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인간의 예기 불안과 동조 현상에 대한 새 연구 및 추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올 거다.

 

 

 

 

 

 

 
일회용 일반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가득가득. 심지어 가격도 몇 주전보다 많이 내렸다.

 

 

 

 

 

 
오늘 장 본거는 이만큼. 많지도 적지도 않다.

   처음 미국 왔을 때는 코스코에서 대용량 물품들을 사는 게 좀 버거웠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먹는 양이 많아지고 나도 손이 커지다 보니, 이젠 이보다 더 대용량으로 파는, 레스토랑 운영하는 분들이 주로 가는 식재료 전문 매장도 즐겨 찾게 되었다(물론 펜데믹 전 이야기다). 한국처럼 집 앞에서 바로바로 장 보는 게 쉽지 않다보니, 부엌 수납공간이 가득 채워져 있지 않으면 많이 불안하다. 먹고사는 것이 미국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스코 다녀온 김에, 최근 미국에서 먹고사는 썰을 좀 풀어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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