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주가 추석이고 해서, 아니 사실은 갈 때가 되어서 오랜만에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이 큰 미국에서 한국 장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보스턴 주변에는 다행히 한인 마트들이 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시내에 오래된 작은 한인 마트들이 몇 군데 더 있었나 보던데, 대형 한아름 마트가 두 개나 생긴 바람에 이들 작은 마트들이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내가 늘 가는 한아름 마트는 우리 집에서 운전해서 50분 정도 걸린다. 나는 멀다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남편 말이 미국에서 당일 치기로 갔다 올 수 있는, 그것도 한 시간 이내에 위치한 한인 마트가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해야 된단다. 그러고 보니 한인들이 많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하룻밤을 자면서까지 타주로 원정 쇼핑을 다녀온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엘에이, 뉴저지, 애틀랜타 같은 곳은 장 볼 곳도 많고 맛난 한국 음식점도 많다지만, 그런 곳과 비교하며 내 처지를 한탄하면 안 되는 것이다.

매장 안의 뚜레쥬르. 한국식 빵을 먹고 싶을 때는 여기서 사 먹으면 되는데... 한국에서 파는 가격을 대충 아는 나로서는 쉽게 손이 가지를 않는다. 바다 건너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비싸다. 미국 케이크는 너무 달고, 저렴한 중국 케이크는 좀 맹맹한 맛이고, 한국 케이크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추석을 앞두고 가을 느낌이 나도록 장식을 해놨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아서 그런지, 중국식으로 장식하고 중추절 상품들을 한가득 쌓아놓고 있었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중국 사람들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가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양념 코너에서 핸드폰 속 사진과 실제 상품을 비교해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곤 한다. 한글이 그들에게는 일종의 그림 맞추기 같은 도전 이리라. 한참을 고민하다 마침 옆에 서 있는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사진 속 상품과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맞는지 말이다. 그들이 찾는 것은 주로 비빔밥용 고추장, 쌈장 이런 것들이다.
이 날도 어떤 중국인이 나에게 코리안 바베큐용 소스를 찾는다며 손에 들고 있는 쌈장과 핸드폰 속의 사진을 보여주며 같은 것이냐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브랜드만 다르고 다 같은 쌈장 소스라고 얘기해 주었다. 예전에 홍콩에서 살 때, 마트에서 옆에 있는 홍콩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이거랑 저게 뭐가 다른 건지 물어보던 게 생각났다.
아, 다음에도 누가 물어보면 시판 쌈장에는 참기름 한 방울 섞어 먹으면 좀 더 맛나다고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슬프게도 한국산 귤이든, 배든... 여기서 사 먹는 건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많이 못하다.


일반 마트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해산물, 그러니까 오징어, 고등어, 조기, 마른 멸치 등등은 여기에서 구매하면 된다. 비싸서 그렇지 웬만한 건 다 있는 것 같다.



자주 오는 게 아니다 보니 쇼핑하고 나면, 늘 카트에 산처럼 가득 담은 채로 계산을 하게 된다. 그러면 내 뒤에는 사람들이 거의 줄을 서지 않게 되고 새로 줄 선 사람들도 눈치 빠르게 슬금슬금 다른 계산대로 옮겨 가곤 한다.
카트를 보면 그 사람이 마트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사는지 대충 가늠이 된다. 한두 개의 물품을 사고 매장을 가볍게 나서는 사람들이 좀 부럽기도 하다.

집에 돌아오니 마침 아들내미 학교 친구 둘이 집 앞에 놀러 와 있었다. 나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답시고 멀찍이 떨어져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미국은 대중교통이 가능한 대도시에서 사는 것이 아닌 한, 한국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어렵다. 16살이 되어 운전면허증을 따게 되면 그나마 독립적으로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작년만 해도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면 엄마가 아이를 차에 태워 데려다줘야했는데, 이젠 좀 컸다고 알아서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친구 집에 놀러 다니는 것을 보니 장하고 기특했다.
아들이 나한테 집안에서 놀아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 응~ 안돼. 밖에서 놀아. ^^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 운동장에 가서 놀다 온다고 했는데, 출발하는 애들을 잠시 붙잡고 사진을 찍어서 엄마들한테 바로 보내주었다. 사진 찍자고 할 때 저렇게 폼 잡아 주는 시기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