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위해 대여했던 책을 반납하러 오전에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다. COVID로 인한 안전 문제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였으며, 모든 책 반납은 건물 밖에서 이루어졌다. 낡고 오래된 작은 도서관이고 오래된 책 냄새와 큼큼한 카펫 냄새를 은근히 즐겼는데, 몇 년 전에 치러진 주민들 투표 결과에 의해서 조만간 새 도서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조감도를 얼핏 봤었는데, 새로 지어질 건물은 요즘 유행하는 신식 스타일로 단정하고 반듯한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많았던 협소한 공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데보라 샘슨(Deborah Sampson).
미국에 와서야 처음 알게 된 사람인데 미국 역사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다. 미국 독립 전쟁 때 남장을 한채 군 입대하여 전장을 누비고 다녔고, 공식적으로 미국 최초의 여군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타운에서 결혼해 살다가 1827년에 66세로 사망하였고, 그녀가 묻힌 묘지와 기념 공원 역시 우리 타운 안에 있다.

우리 부부는 전부터 아이들에게 고전 문학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 해왔고, 특히 삼국지나 서유기 같은 동양 고전도 읽어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때는 한 귀로 흘려듣는 것 같았는데, 큰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빠에게 서유기(영어명 Journey to the West)를 읽고 싶으니 구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중국어 선생님이 추천해 주었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자기가 보는 유튜브에서 서유기를 추천해 주었다고 대답하였다. 그럼 그렇지. 부모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 흘려듣지만 친구나 인플루언서가 하는 말은 적극적으로 귀담아듣는 사춘기 틴에이져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애들 아빠는 (다른)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먼지 쌓여 있던 이 책들을 찾아내어 (어차피 읽을 사람이 없으니) 장기 대여 신청을 하여 딸에게 갖다 주었다.
- 와~ 서유기가 원래 저렇게 긴 소설이야?
나는 4권이나 되는 책들을 보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내가 읽었던 서유기는 청소년 문고판이었나 보다.
딸아이는 이 두꺼운 책을 늘 들고 다니며 읽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나는 아이에게 소설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 엄청 재밌는데... 사실 뒷부분은 아직 못 읽고 있어. 너무 어려워!
하긴 딸아이가 소설에 함축된 도교와 불교 사상, 한자에 기반한 언어유희를 온전히 이해하며 읽기는 많이 어려울 것이다. 성인인 나에게도 어려울 텐데 말이다. 그래도 재밌고 웃기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견했다.
'재밌지만 어렵다'
제대로 읽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에 갔다 온 후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마침 사슴 일가족이 느긋하게 우리 집 뒷마당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만히 쳐다보았는데, 저 녀석들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참 겁 없는 녀석들이구나 싶었다. 사슴이 돌아다닐 때마다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들을 사방에 떨어뜨리며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저렇게 나돌아 다니는 사슴들이 마냥 이쁘지는 않게 된다. 예전에는 사슴이 집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남편이 정기적으로 사슴 방지 스프레이를 집 주변에 뿌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못 쓴 것 같다. 유독 올초부터 사슴들의 뒷마당 출입이 잦다.
서로 한참을 쳐다보다가 내가 자리를 뜨니 그제야 녀석들도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갔다.

동네 곳곳에 붙어 있는 사슴 주의 표지판.
솔직히 밤길을 운전할 때는 저렇게 뛰어드는 사슴을 치게 될까 봐 무섭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또 한 마리의 작은 사슴.
얘도 나를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옆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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