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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눈폭풍, 수다, 정전

며칠 전부터 이곳에 눈폭풍이 예고되었다. 그리고 일기 예보대로 월요일 아침부터 눈이 흩날리더니 오후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보통 이런 날은 아이들 학교가 하루나 이틀 정도 휴교를 한다. 그러나 요즘은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학교는 열되 모든 학생들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미리 통보가 왔다. 어차피 우리 애들은 집에서 전체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여 듣기 때문에 이 날이라고 큰 차이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마침 친구들이 집들이 때문에 모인 날이라 오전에는 영상으로 함께 긴 통화를 하였다. 먹고 즐기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이라 매년 연말이면 근사한 호텔방을 예약해서 파티를 열고 새해 카운트다운은 해외에 있는 나와 함께 외치곤 하였다(당연하지만 가정과 직장, 자기 자신에도 충실한 친구들이다!). 물론 이번에는 팬데믹 때문에 그러진 못하였다. 늘 활기차고 생생하던 친구들이었는데 와인 몇 잔에 얼굴이 노곤해 보이는 게 확실히 세월은 못 속이나 보다.

 

 

 

 

이 날의 가장 큰 대화 주제는 이번에 로잔 콩쿠르에 출전하는 친구의 딸내미였다. 팬데믹만 아니라면 직접 스위스에 가서 심사위원 앞에 섰을 텐데 올해는 사진과 비디오로 대신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심사 과정을 방송으로 볼 수는 있는지라 친구들은 이 시간 함께하며 응원했단다. 친구가 보내준 비디오를 보니 발레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너무 잘하는 것 같다. 아직 경연이 진행 중이라던데 정말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해본다.

 

마침 이 날 우리 딸내미의 뮤직 페스티벌 오디션 결과도 발표되었다. 플룻으로 치른 오디션인데 다행히 합격이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오디션을 치루고 3월에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갖는데, 딸아이가 예전에는 별 관심 없어하더니 이번에는 도전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물론 엘리트들이 모이는 New England Conservatory Orchestra나 Boston Symphony Orchestra 오디션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오디션을 위해서도 몇 개월을 공을 들여 연습해야 하니 나에겐 딸내미가 그저 대견할 뿐이다. 직접 모이지는 못하니 각자 집에서 연주하는 Virtual 음악회가 될 텐데 어떤 모습의 공연이 될지 기대된다.

 

다시 눈폭풍 이야기로 돌아와서, 밤 10시 30분쯤인가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 결국 정전이 되어버렸다. 나무가 많고 전깃줄이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이 동네에 살다 보면 눈폭풍으로 인한 정전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새벽 4시 30분쯤 전기가 들어왔고 갑자기 환하게 켜진 전깃불 때문에 나와 남편은 일찍 깰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열심히 눈을 치우는 제설차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까지 눈을 치우고 정전된 지역에서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여담으로...

 

 

 

 

위의 사진은 어이가 없어서 찍은 사진이다. 이 날 저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베이비 립을 구워서 주었는데, 나중에 설거지하려고 보니 두 아이가 먹고 버린 뼈가...  참고로 왼쪽이 아들내미, 오른쪽은 딸내미. 늘 쫑알쫑알 말이 많은 아들내미는 누나에게 말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밥만 먹다 결국 배가 불러 저리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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