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었고 하니 올해의 계획을 세워봤다. 그래 봤자 나의 신년 계획은 매년 거의 비슷하다.
운동, 영어 공부, 기타 등등.... 연말이면 늘 좌절하곤 하지만 그래도 지난 일년동안 몇 가지는 노력한 흔적을 좀 보이기도 했다.
올해의 신년 계획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것 같다. 일부 세부 사항을 수정하여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새롭게 추가된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매일 미사에 나오는 독서와 복음 말씀 필사하기이다. 모든 복음 말씀을 다 필사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만, 일단 일 년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아침마다 필사와 묵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한 가지... 시력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이젠 노안이 오기 시작했다. 안경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슬프다.
또 다른 목표는 식물을 한번 제대로 키워보는 것이다. 나는 정말 잘 키워보고 싶다. 하지만 식물 키우는 것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봄이 되면 늘 예쁘고 싱싱한 화초를 사 오곤 하지만, 집에 들이는 족족 죽어나갔다. 그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도 죽어나갔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식물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안 해서이지만, 좀 억울한 게 내가 특별히 까다로운 식물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키우기 쉬운 초보자용 식물 위주로 사 오는 데도 그렇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물을 주라고 해서 물을 주면 물 때문에 축 늘어지고, 영양제를 주라고 해서 영양제를 주면 영양제 때문에 노랗게 변하고, 햇빛을 적당히 쪼이라고 해서 햇빛을 쪼이면 햇빛 때문에 잎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남편은 내가 스트레스받는 것을 알고는 어느 날 최대한 생화 같은 조화를 사 오기도 하였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집 안의 화분들을 조화로 싹 다 바꿔버릴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이라는 것이 있을 터인데, 사시사철 늘 똑같은 조화를 보면서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 받은 아마릴리스는 얼마 전에 활짝 꽃을 피웠다. 꽃이 어찌나 크고 시원시원하게 생겼던지 이 아이는 성격도 좋을 것 같다. 꽃을 선물해준 언니 말로는, 구근만 남기고 모두 자른 후 두 달 정도 어두운 지하실에 두어서 휴면기를 갖게 해 주면 내년에 또다시 꽃을 피울 거란다. 쉽진 않겠지만 한번 기대를 가지고 시도해보련다.





위의 사진들은 Aero Garden이라고 하는, 물과 식물영양제를 주기적으로 공급해 주면 알아서 허브나 야채를 자라게 하는 수경 재배기의 모습이다. 내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시간에 맞춰 빛이 켜졌다 꺼지고 아래 뿌리 부분에서 물이 순환되며 기계가 알아서 관리해 주니까 야채가 쑥쑥 자란다. 푸성귀가 어느 정도 자랐다 싶으면 수확을 하는데, 다행히 야채를 안 좋아하는 우리 아들내미가 잘 먹는다. 사 먹는 샐러드에는 쓴 맛이 있는데, 집에서 키우는 샐러드는 쓴 맛이 없어서 좋단다. 물과 영양제를 주고 날마다 상태를 체크해가며 수확하는 것이 요즘 남편의 취미생활이 되었다.
화초를 키우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식물을 키우다 보면 아이를 양육하는 것 같다고들 한다.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각 식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적절하게 제공하면서 사랑으로 보살피면 잘 자라게 되어있단다.

몇 년 전 마트에서 양치식물 화분이 너무 이뻐서 사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축 늘어지고 잎사귀 색깔도 변하기 시작하였다. 흙도 바꿔보고 영양제도 줘봤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죽지 않고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던 중이었는데, 보다 못한 나는 작년 여름에 이 아이를 바깥 덱에 내다 놓고는 아예 관심을 꺼버렸다. 그러다 죽으면 그냥 갖다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름이 끝나갈 즈음 유심히 보니, 잎들이 새로 풍성하게 나있고 초록 기운이 건강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다시 집안에 들여놓았지만, 날씨가 좋을 때면 바깥에 내놓고 오후 내내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해 준다. 한번 바깥바람을 쐬고 들어오면 강아지가 산책 다녀온 마냥 각각의 잎들이 활기차 보이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처음에는 실내용이라고 해서 샀지만 주기적으로 바깥나들이를 해줘야 하는 아이인 걸 이제 알겠다. 살아있는 식물을 키운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다.
우연인지... 오늘 아들아이가 아침을 먹으면서 지난밤 꿈얘기를 들려주었다. 학교 수업 후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걸어서 집으로 오는데, 학교에서 집까지는 30마일(약 48km) 정도 되었단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같이 걸어가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기 집으로 들어갔지만 우리 집은 그중 가장 멀어서 누나와 자기만 남았는데 집까지 갈려면 아직도 15마일이나 더 남았더란다. 걱정하면서 걷는 중에 잠에서 깼다고 하였다.
작년 봄은 아닐 테고 재작년 봄엔가 어느 화창한 날 나는 들뜬 마음으로 Home Depot에 들려 눈부신 햇살을 만끽하며 신나게 화초를 고르고 있었다(심지어 미리 준비해 간 김밥까지 먹고 든든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쇼핑 중이었다). 꽃들은 얼마나 화사하고 초록이들은 또 얼마나 상큼하던지. 그때 아들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아뿔싸! 그 날은 반일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아이를 일찍 픽업해야 했는데 그만 깜박하고 화초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나는 전속력으로 학교로 운전해 갔고(하필 그날 옆집 아이도 같이 픽업하기로 돼 있었다!) 방과후 수업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던 두 아이를 픽업하여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로 데려가 입막음 시키... 달랜 후 집으로 돌아왔었다.
잊을만하면 이런 식으로 엄마의 실수를 상기시켜주는 우리 아들내미. 사랑한다!
곧 봄이 오겠지. 엄마는 이번에 더 연구해서 꼭 성공할거다. 올해가 가기 전 우리 집에 초록이들이 죽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꼭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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