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장 보러 돌아다니는 것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다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하도 답답하여 바람이라도 쐴 겸 일부러 장 보러 나간다는 얘기도 하던데, 나는 장 보러 나가고 싶을 만큼 갑갑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가까운 코스코나 일반 마트면 또 모르겠는데 50분 운전해서 가야 하는 한인마트는 특히나 그렇다.
한인 마트에 한번 갈려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좀 있다. 아이들 학교 점심시간 스케줄에 맞춰 점심을 차려줄 수가 없으니 아예 오전 수업만 있는 요일을 선택해야 하고, 출퇴근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를 타야 하기 때문에 출발 전에는 구글맵으로 도로 상황을 미리미리 확인해야 한다. 사람들이 주말에 많이 몰리기 때문에 주말은 또 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가지는 못하고 두세 달에 한 번씩 큰 맘먹고 가곤 하였다.
그런데 한 작은 한인마트에서 약간의 배달비를 받고 당일 배송을 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상품의 상태가 좋고 친절하다며 칭찬이 자자하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거의 90km 정도로 먼 거리의 마트인지라 과연 여기까지 배달해 줄까 싶었는데 전화로 문의해보니 흔쾌히 주문을 받아주셨다. 요즘 나는 늘 이 곳에 주문하고 있고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중이다.

사실 대형 한인마트는 채소와 고기 종류가 그다지 신선하지가 않다. 반면에 이 곳에서 주문한 배추와 무, 대파, 애호박, 쑥갓 등의 상태를 보면, 나는 미국에서 이렇게 신선한 한국 채소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친절하기도 친절한 데다 배달시 포장도 어찌나 꼼꼼하고 야무지게 해 놨던지 이 정도면 정말 장사 잘하는 거다. 대형 마트의 공세에 이곳 한인 마트들이 여럿 문 닫았다고 들었는데, 부디 흥하시길.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마트에 가게 되면 미리 적어간 목록에 없는 것들을 많이 사게 된다. 신기한 새 상품이 보이면 호기심에 집어 들게 되고, 언제 또 오나 싶어 카트에 담을 수 있는 한 잔뜩 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산이 많이 초과되는데 이렇게 집에서 심사숙고하여 온라인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필요한 만큼만 사게 된다.
갑갑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이런 식으로 편리한 방법을 찾게 돼 감사하고, 그렇게 절약된 시간과 돈은 차곡차곡 쌓아 앞으로 현명하게 써 나가야지 싶다. 행복하다.

얼마 전에 친한 선배가 위의 사진을 보내왔다. 눈이 많이 오는 보스턴에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말이다. 요즘 한국에서 대유행이라는 그 눈오리들이다.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선배는 모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현재는 학과장으로 있다. 한국에서는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다수의 책을 발간하였고 교육부 장관 표창장도 수상하였다. 간간이 티브이에서 정장 차려입고 점잖게 강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선배가... 쭈그리고 앉아 손을 호호 불며 집게로 조물딱 조물딱 눈 오리를 만들어 줄 세웠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만 웃음이 터진 것이다. 하긴, 나에겐 눈밭에서 뒹구르며 함박웃음 짓는 선배의 모습이 더 친숙하긴 하다. 우리가 나이는 들었어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 아이가.
없는 게 없는 아마존에서 마침 눈오리 집게를 팔길래 나도 주문해 봤다. 뭔가 허접해 보였지만 한국에서 파는 것처럼 튼튼한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재밌다. 산에 간 김에 산 정상에서 눈 오리 가족도 만들고, 마침 땅에 떨어져 있는 빈 둥지가 보이길래 한 마리를 입주시켜 보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눈오리를 만들면서 깔깔 웃어댔다.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도 이 오리들을 발견하면 분명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그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뜻이다. 행복 하나를 또 찾아내었다. 일기 예보를 보니 당분간 많은 눈이 내릴 것 같다. 온 가족이 나가서 눈 오리 공장을 차려야지 싶다.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소소한 행복 찾기이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아주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하는 것. 그렇게 나의 하루하루는 의미를 갖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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