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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도 운동

요즘 친구들과의 화두는 늘 건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 멋지게, 그리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자!'라며 대화를 마무리하곤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중년에 들어선 지 이미 수년이 지났고 이전에는 못 느끼던 몸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 시켜 뽑는 게 두려울 정도로 흰머리가 늘어서 슬슬 염색을 시작해야 하나 싶다. 제법 윤기 나고 탄력이 있는 데다 염색을 따로 안 해도 될 정도로 붉은색과 갈색이 조화를 이루어 미용실에서도 칭찬받던 머릿결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노화의 길로 들어서고야 말았다. 게다가 소화장애라고는 겪어 본 적이 없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소화제를 찾게 되었고, 몇 년 전에는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 말로는 내시경 검사 결과 별 문제는 없는데 심리적 문제일 수 있다며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삼십 대에 그리 바쁘고 경쟁적이며 치열하게 살아오던 중에도 스트레스 관련 신체 증상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았던 나인지라 꽤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디 그뿐일까. 생리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폐경기가 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들 했다. 특히 보약을 지어먹으라고 강조를 하던데 일단 집 근처 괜찮은 한의원 주소도 받아놓았다.

 

언니가 오메가3를 꼭 챙겨 먹으라고 하여 그것도 며칠 전 코스코에 간 김에 하나 사 왔다. 나이가 들면서 챙겨 먹게 되는 건강보조제가 하나씩 늘고 있다. 손마디가 저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상황에서 허리 디스크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기억력 감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노안이 오면 이런 게 불편하구나, 이젠 이 동작이 안되는구나, 이 정도만 몸을 써도 피곤해지는구나, 몸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확실히 길구나 등등 날마다 새롭고 놀라운 것을 체험하고 있다. 다행히도 걱정할만한 질병이 감지되지는 않고, 현재의 불편감과 낯섦도 남들이 다 겪는 정도의 노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내 인생의 중반부터는 무엇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나 고민해 보았을때, 그것은 당연하지만 내 건강이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위해서이다. '건강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내 인생 즐기고 싶고, 그런 모습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멋지게 나이듦의 본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운동을 우선 순위에 두기 시작하였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 시간 내서 운동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였던지라 그저 하루에 30분에서 한 시간 투자하는 것만도 나로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펜데믹 이전에는 YMCA에 등록하여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하였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요즘은 다른 방법을 찾아 운동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빛을 쬐며 동네를 산책한다. 겨울이라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과 머리가 즐겁고, 상쾌한 맑은 공기를 호흡할 때면 내 폐 안의 묵은 때가 쏴악 씻겨나가는 기분이 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폭설과 한파가 왔다.
서부 사막에서 자전거 타기
이탈리아의 알프스에서 자전거 타기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탄다. 유튜브로 virtual bike ride 아니면 indoor cycling workout 뭐 대충 이렇게 치고 찾아보면 내가 원하는 곳을 골라서 자전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는 동안 예능 프로나 드라마를 보면서 지루한 시간을 때우곤 했는데 이런 자전거 여행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촬영을 한 유투버들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라 내가 자전거로 가기 힘든 곳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그들 덕분에 나는 대리 만족을 하며 원하는 곳을 신나고 안전하게 돌아다니게 된다. 단 화질 좋은 4K로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면 멀미나니 조심해야 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빠르게 내려와도 멀미가 나서 자전거 타다 말고 몸져눕게 된다. 그래서 신중하게 채널을 골라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 가급적 넓은 국립공원 내에서 평지 위주로 천천히 달리는 그런 것 말이다. 저녁을 먹을 때면 남편은 오늘은 어디 갔다 왔냐고 묻고, 아이들은 엄마의 멀미 유무를 궁금해한다. 이참에 자전거로 세계를 달리는 여행가 기분을 내며 장황하게 설명해준다.

 

 

요가 소년 유투브 채널

 

오후에는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주기 위해 요가를 한다. 요가 역시 유튜브에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요즘은 '요가 소년' 채널이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듣기 편해서 나 역시 즐겨 따라 하는 중이다. 큰 아이 임신하고 퇴근길에 요가 학원에 들려 산모들을 위한 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새로운 요가 동작을 따라 할때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주말이면 무조건 온 가족이 동네 산행에 나선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몇 년을 봐도 새롭고 기분이 좋다. 어릴 때 아빠와 주말마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곤 하였는데, 산 중턱 큰 바위 위에 서면 아빠는 나에게 늘 산 밑으로 보이는 동네를 향해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치게 시키셨다. 좀 부끄럽긴 했지만, 용기를 내서 눈을 질끈 감고 야호를 외쳤을 때의 그 쾌감과 속을 비워내는 듯한 느낌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마 아빠라면 손주들에게도 지금 그렇게 시키지 않으실까?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고개를 돌려 애들을 찾았다. 그러나 반강제로 산을 올라온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듯 이미 줄행랑을 놓은 후였다. 그래. 내가 시킨다고 애들이 할 것 같지도 않지만 여기서 소리를 질러대는 것은 숲 속 동물들이 놀랄 테니 하면 안 되겠지. 그렇게 또 하나를 포기해본다. 그래도 이렇게 다 같이 산에 다녀오면 식구들 모두 기분이 업되고 대화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마도 당분간은 내가 키우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할 듯싶다. 늘 시들시들하던 고사리였는데, 요즘 바깥바람 좀 자주 쐬게 해 주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기에 수시로 분무기를 잎에다 뿌려주었더니, 세상에나 여기저기에서 앙증맞은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야~ 드디어 내가 너를 알게 되었구나. 그리하여... 내가 너를 불러주었을 때, 너는 비로소 고사리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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