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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국 대통령 취임식

지난 수요일엔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모르긴 해도 전 세계적으로 이날만큼 주목을 받은 취임식은 드물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나부터도 취임식 전 과정을 지켜봤으니 말이다. 

 

 

'Without unity, there is no peace.'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내가 느낀 점은 백악관에서 뭔가 일하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기자회견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바비 인형처럼 잔뜩 치장하고 나와서(너무 딱 붙는 옷을 입고 나와 내가 다 숨이 막힐 지경) 기자들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회피해 버리는 대변인도 참 마음에 안 들었고 트럼프야 뭐, TV 화면에 등장하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곤 하였다. 나에겐 지켜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식권 안에서 일이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냥 정상으로 돌아온 것뿐인데,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모르게 지난 4년간 마음을 많이 졸이며 살았나 보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지려나... 이런 근심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역시 리더를 제대로 뽑아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정치 철학이나 가치관, 신념이 달라서 갈등이 생길 수는 있어도 세상에,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사람이 리더라고 나와서 선동이나 해대는 상황은 그저 어이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너무 좁은 건지... 가까운 지인이 여기 미국에서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그분 기억에 트럼프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았단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세계적 기업의 자제들이었고 그들만의 세상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우리같은 사람들은 참으로 나약하고 한심할 뿐이다. 뭐 굳이 언급안해도 우리나라 신문에도 재벌가의 가십거리는 차고 넘치니. 그래서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한가 보다. 내 눈엔 그들의 열등감과 자격지심만 두드러져 보이니 불쌍하고 안쓰럽다. 어쨌든 미국도 이제 소통과 화해, 통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데, 그동안 쌓인 갈등이 너무 깊고 커보여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동안 아이들 학교의 대응이었다. 지난번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같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학교에서는 미리 부모들에게 공지를 한 후, 수업 중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곤 하였다. 심리전문가까지 참여하는 학교의 즉각적인 대처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칼랑코에
갯버들과 청페페

 

 

대통령 취임식도 무사히 끝났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코스코에 갔더니 마침 봄맞이용 화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 내 눈을 홀린 두 개의 화분을 냉큼 집어 들고 왔다. 귀염 뽀짝 하나둘 개화 중인 아이는 '칼랑코에'라는 아이인데 작은 꽃 하나하나가 참으로 야무지게 생겼다. 존재만으로도 집안 분위기를 우아하게 살려주는 두 번째 아이는 '갯버들과 청페페'란다. 사진을 찍으면 식물 이름을 알려주는 App도 이제 내 핸드폰에 깔아놨겠다, 적어도 정체를 몰라서 죽였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둘 다 다육이 종류라고 하니, 좋아하는 밝은 햇빛 좀 많이 쬐게 해 주고 물은 조심조심 줘야겠다.

 

젊을 때는 진달래 꽃처럼 하늘하늘해서 뭔가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꽃들에 마음이 가곤 했는데 요즘엔 강렬하고 똑 부러지게 제 미모를 뽐내는 아이들이 더 좋다.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몰랑몰랑해지는 내면을 보상하려는 심리가 작용하여 취향이 이렇게 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솔직히 너무 예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게 되는데 얘네들도 자기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갑자기 아들내미가 유치원 다닐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에게 묻던 기억이 떠올랐다.

 

- 엄마는 왜 이렇게 나를 예뻐해?

 

웃음이 나온다. 예뻐서 예쁘다는데 그 이유를 어떻게 말로 설명하나? 그저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하다 보면 얘네들도 왜 자기가 이쁜지 깨닫게 되겠지. 그리고 자신감 있게 무럭무럭 크겠지. 사랑받고 있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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