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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온라인 성서 공부

지난 15주 동안 진행되었던 성서 사십 주간의 창세기와 탈출기 수업을 마쳤다.

 

 

 

 

작년 가을에 창세기 성서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15주간의 교육이 끝났을 때 뉴저지에서 수녀님이 오셔서 주말 동안 피정을 해주시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팬데믹 사태로 모든 것이 취소되었다. 아쉬움이 많았던 터에 원래 피정을 해주시기로 했던 수녀님과 함께 지난 9월부터 줌으로 성서 사십 주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동북부 여러 지역에서 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평소라면 이 분들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렇게 다 모이기도 힘들었을 텐데 싶어, 아 이런 것이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온라인 강의의 순기능이구나 싶었다. 줌 덕분에 그동안 주중에는 뉴저지에 계신 수녀님과 성경 공부를, 주말에는 한국에 계신 수녀님과 대림 피정을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앞으로 여러 수업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데, 내가 편한 시간을 정해서 집에서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청년 시절에는 열심히는 아니어도 기회가 되면 피정에 참여하려고 하였다. 그것을 통해 나의 영적 성장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듣고 배우고 나누고 느끼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그런 경험이 참 좋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나는 서서히 교회와 멀어지고 일에 중독되어 되어갔다. 내가 하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 일에 빠져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 일이란 나 스스로 조절을 못하고 계속 빠져들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해외에 나와 전업주부로 산다는 것은 처음엔 참으로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과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놓치고 있거나 잊고 있던 그 어떤 것이 있음을 막연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기 위해 내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으니 귀한 분들이 내 주변에 와서 도움을 주시기 시작했다.

 

나는 묵은 성경을 다시 펼쳐 들었다. 성경 속의 구절 하나하나가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와닿았다. 그리고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우상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이고, 이미 깨부셨다고 생각한 내 안의 우상은 어디선가 또다시 슬금슬금 자라난다. 그래도 이전보단 중심을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힘들고 괴롭고 지치고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때, 적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 때문에 아들내미가 내 오래된 노트북을 가져다 쓰고 있다. 아들과 내가 낡은 노트북 하나를 가지고 나눠 쓰는 것을 보더니 남편이 많이 심란했나 보다. 지난 블랙 프라이 데이 때, 남편 왈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가성비 좋다는 노트북을 덜컥 사서는 무심하게 나에게 내밀었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온라인 성서 공부할 때도 좋을 거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아들내미가 온라인 수업하는 중에 나 역시 비는 시간에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성서 공부뿐 아니라 영어 공부, 지금 도와드리고 있는 성당 사무실 일 등등 여러모로 아주 유용하다. 아주 가끔은,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일에 몰두하는 습관이 도져서 식구들 식사 준비 시간을 놓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것만 주의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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