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번째 주 목요일인 추수 감사절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야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살다 보니 명절은 명절이구나 싶다. 우리 동네만 해도 추수 감사절이 되면 이웃집 앞에 못 보던 차들이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어둑어둑해지는 오후 4시부터 사람들이 식탁에 모여 만찬 분위기를 내기 시작한다.
왜 이날에는 칠면조를 먹는지도 알 것 같다. 가을이면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라온 칠면조 떼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닌다. 주변에 흔하디 흔한 것이 칠면조인 것이다. 춥고 배고픈 초기 정착민들이 안 잡아먹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 온 첫 해에 코네티컷에 사시는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가 초대해 주셔서 추수감사절 당일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고속도로로 들어섰었다.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그 빽빽한 자동차들의 행렬이란. 극심한 고속도로 정체로 인하여 결국 2시간 거리를 6시간도 넘게 걸려 도착하였다. 미국의 고속도로가 이렇게 막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바였다. 몇 년 전에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는 지긋지긋한 미 북동부의 겨울을 뒤로하시고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셨다. 그 이후에는 명절인데도 추수 감사절이면 괜스레 마음이 적적하곤 하였다.
그러다 이제는 나도 추수 감사절에 우리 가족만의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추수 감사절 음식을 준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연휴가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을 때 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한테 "땡스기빙 때 칠면조 먹었어요."라고 대답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추석 때 “송편 먹었어요."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다음 이유는, 추수 감사절 음식이 생각보다 준비하기 쉬워서였다. 오븐 요리가 대부분이고, 초기 정착민의 만찬을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칠면조 굽기만 제외하면 꽤나 소박한 음식들이다.
칠면조 고기는 실제로 보면 상당히 크다. 한 번쯤 경험 삼아 칠면조를 구워보고 싶긴 한데, 우리 식구가 먹기에는 커도 너무 크다. 결정적으로 우리 식구 모두 칠면조의 기름기 없는 퍽퍽한 식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마트에서 슬라이스 된 로스트 칠면조 고기를 필요한 만큼 조금만 사고, 통닭과 함께 식탁에 올려놓곤 하였다. 올해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칠면조는 이번에 생략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결국 올해는 칠면조없는 만찬을 준비해 보기로 하였다. 뭐 괜찮다. 어차피 미국에도 칠면조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고, 이들도 대안으로 햄이나 통닭을 먹기 때문이다.









미국의 추수 감사절에 맞춘 음식이라지만, 늘 빵 대신 흰쌀밥을 준비해 놓는다. 식구들 입맛이 저녁때는 빵보단 밥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해 동네 분위기는 예년과 다른 느낌이다. 창밖 이웃집들을 보니 외부의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들 우리처럼 식구끼리만 보내려나 보다. 이 시국에 그나마 미국에서 말 잘 듣는 착한 우리 동네...
미국 사는 한국 가족의 2020년도 추수 감사절은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