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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플로리다 올랜도 3 (Universal Studio)


폐장 시간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NASA Kennedy Space Center를 나섰다. 그리고 이번 플로리다 여행의 주 목적지인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올랜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뿐 아니라 디즈니 월드, 씨월드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있다. 마음 같아서야 이 모든 곳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시간적, 경제적, 체력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한 곳만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로 결정하였다. 아이들이 디즈니 랜드 특유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 이상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심지어 큰 아이의 경우는 홍콩에 거주할 때 홍콩 디즈니 랜드 연간 회원권을 끊고 동네 놀이터 가듯이 데리고 다녔으니, 아이에겐 그다지 새로운 경험도 아닐 테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스커버리 코브가 가보고 싶었지만 여러모로 무리라 판단되었다.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해리포터 테마 파크가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 둘 다 해리포터 덕후였다. 큰 아이의 경우는 좋아하는 부분을 반복해서 읽은 것을 빼고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거의 스무 번 가까이 완독 했을 것이다. 해리포터 관련 퀴즈 문제에 대해서 학교 아이들이 딸아이에게 와서 물어볼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해리포터 전문가였다. 한동안 우리 집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해리포터와 관련된 이야기만 오갔고, 그 대화에 끼고자 나 역시 뒤늦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었다. 그러나 딸아이는 원작자인 J.K 롤링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및 인종 차별 관련 인터뷰로 논란이 되자 크게 실망한 이후에는 예전만 한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뭐 어쨌든, 우리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기로 한 이유는 두 아이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주제가 여전히 해리포터였기 때문이었다.

유니버설 올랜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Universal Studios Florida),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Universal's Irelands of Adventrue) 이렇게 두 가지 파크가 있다(그 외에도 Volcano Bay라는 워터파크도 있다). 아주 영리하게도 각각의 파크에 해리포터 관련 테마 구역을 만들어놓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에는 다이애건 앨리가 있고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에는 호그와트와 호그스미드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구역은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해리포터가 주된 방문 목적이라면 두 파크 모두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방문하고자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와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이 두 파크의 입장권과 함께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열차 티켓 모두 구매했다. 이것이 유니버설 올랜도의 전략인 것이다.

우리 부부는 기꺼이 호구가 되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심정으로 큰 돈을 쓰기로 하였다. 3일 치 티켓을 사면 추가로 이틀을 더 방문할 수 있다길래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입하였다. 물론 5일 모두를 방문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고, 날씨를 봐가며 설렁설렁 여유롭게 구경하자는 계획하에서였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결산해보니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이애건 앨리
다이애건 앨리에서의 쇼


저녁 6시가 넘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에 입장하였다. 그리고 곧장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 구역을 향해 갔다. 과연 영화 속 다이애건 앨리 일부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신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는 마침 노래와 춤 공연을 시작하길래 자리에 앉아 구경하였다. 모든 걸 다 떠나서 흥이 넘치는 거리의 풍경을 접하는 게 얼마만인가 싶어 감격스러웠다.

그린고트 은행의 고블린
은행에서 환전한 마법사들의 돈
마법사 돈으로 아이스크림 구매
그린고트 은행을 지키는 용
다이애건 앨리의 거리 풍경


우리는 그린고트 은행에 들러 마법사 돈으로 환전을 하고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샀다. 건물 사이의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이애건 앨리의 거리를 내려다보는데 저녁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들 우리와 똑같은 심정으로 집에서 뛰쳐나왔겠거니 싶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니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내일과 모레, 잘 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에 들려 마법의 지팡이를 샀다. 딸아이는 뱀이 조각된 지팡이를, 아들아이는 오크 재질의 심플한 지팡이를 골랐다. 가격이 참으로 사악하지만 이 마법의 지팡이가 있어야 한다. 왜냐면 이곳에서는 마법을 펼쳐야 하니까 말이다.


9 4/3 승강장으로 사라지는 아이들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마법의 지팡이를 구입한 우리는 킹스 크로스 역으로 달려가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를 탔다. 기차 창문 밖에서는 런던을 벗어나 시골길을 달려 호그와트로 향하는 풍광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해리포터와 친구들의 대화가 들리는가 싶더니 복도에 나타난 디멘터를 물리치는 장면이 실루엣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영화 장면 속에 우리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호그스미드 역 도착
호그와트 성



기차를 타고 우리는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호그와트 성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머글의 세계에서 이제 마법의 세계로 넘어온 것이었다. 운이 좋았던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호그와트 성을 배경으로 화려한 라이트 쇼가 펼쳐졌다. 사실 라이트 쇼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터라 우리에게는 환영 깜짝쇼와 같았다. 마침 우리가 서있던 자리가 명당자리였고 멋진 라이트 쇼와 불꽃놀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폐장 시간이 다되어 우리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유니버설에서 보낼 계획이었으니, 워밍업으로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온 식구가 콧노래를 부르며 밤거리를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아, 특별히 더 기분 좋았던 점은 우리가 새로 체크인한 호텔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호텔이었는데 부엌과 거실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고 우리가 여태까지 머물렀던 호텔룸 중에서 사이즈가 가장 넓고 쾌적했다. 다음에 올랜도에 올 일이 있다면 다시 머물고 싶은 호텔이었다.


유니버설로 출발하기 전 포즈 한번 잡아보고
유니버설 입구로 걸어 들어 가는 중. 다들 한껏 들떠있는 표정이다.


지난밤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 파크로 들어갔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로 입장하였다. 전날과는 동선이 반대인 것이다.

입구 근처에 The Amazing Adventures of Spider-Man라는 3D 다크라이드가 있었는데 남편이 타보고 싶다며 멈춰 섰다. 그러나 아이들 둘 다 타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내가 보건대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들은 보스턴 촌놈들이라 3D 다크라이드가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재밌는 거라고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두 아이는 모두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남편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며(입이 쑥 나온 채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나에겐 지금 눈치를 보며 챙겨야 하는 아이가 셋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호그스미드
마법 학교 호그와트. 지난 밤 멋진 나이트쇼가 펼쳐진 곳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 대기 장소



라이드와 관련하여서 아무런 사전 조사가 없었고 일단 해리포터와 관련된 것은 다 타보자는 생각에 먼저 도착하여 줄을 선 곳이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라는 3D 다크라이드였다.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한참을 줄 서서 들어갔는데, 건물 안의 대기 장소가 영화 속 마법 학교의 일부를 그대로 재현해 놓아서 각종 소품들,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탑승했는데... 와.. 워밍업도 없이 처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다크라이드는 또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강렬한 데다 라이드를 타는 내내 꽥꽥 소리를 질러댔던 것 같다. 다 타고 나오는데 우리 아이들의 황홀한 표정이란.

- 으아~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재밌다는 말을 반복하며 재잘거렸다. 이 보스턴 촌놈들이 드디어 신세계를 맛본 것이었다. 이참에 아까 못 탄 스파이더맨 꺼도 나중에 타보자고 넌지시 제안했더니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다.


버터비어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호그스미드에서 마시던 버터비어를 맛보았다. 스카치 캔디 맛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묘했다. 딸아이는 슬러시로 시켰는데 무더운 여름에는 슬러시로 먹는 게 낫겠다 싶었다.


황홀한 사탕 가게



우리는 호그스미드 역에서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를 타고 킹스 크로스 역으로 건너갔다. 지난번과는 또 다른 기차 밖 풍광이 펼쳐졌는데 이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나이트 버스와 운전 기사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사탕 가게
위즐리 형제의 장난감 가게
그린고트 은행을 지키는 용은 10분마다 불을 내뿜는다.



이번에는 Harry Potter and the Escape from Gringotts라는 3D 다크라이드를 탔다. 오랫동안 줄 서서 기다려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젠 잘 알기에 아이들은 불평불만 없이 잘 기다렸다. 그리고 다 타고나서는 매우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마지막 날에는 트랜스포머 3D 라이드도 탔다. 스파이더맨과 함께 남편이 꼭 타고 싶어 하던 것이었는데 이 역시 모두가 즐겼던 라이드였다. 아이들은 트랜스포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보스턴 집에 돌아왔을 때 온 식구가 트랜스포머 영화를 빌려 보았다.



팬다 익스프레스. 사람 엄청 많다.
시티워크



폐장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우리는 밖으로 나와 유니버설 올랜도 입구에 위치한 시티워크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시티워크는 새벽 늦게까지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거리인데 유니버설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원래는 유명 시푸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데다 피곤하기도 하여 팬다 익스프레스에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서 호텔방에서 먹었다. 보스턴에서 싼 맛에 자주 사 먹던 팬다 익스프레스를 여기와서도 먹게 되다니..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유명 레스토랑 음식 부럽지 않게 아주 맛나게 잘 먹었다.

그리고 5일째 날, 올랜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밤 비행기인지라 오후까지 놀 생각으로 유니버설 올랜도로 다시 향하였다. 그리고 남편이 처음부터 그렇게 원하던 스파이더맨 3D 라이드를 탔다. 정신없이 흔들리고 위에서 뚝 떨어지고 여기저기 부서지고… 역시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마법이 가능한 장소를 알려주는 바닥 표식
마법을 부려보자



첫날에 샀던 마법의 지팡이는 삼일 내내 유용하게 잘 썼다.
바닥에 윗 사진과 같은 표식이 보이면 그 자리에 선다. 그리고 표식에 나온 모양대로 지팡이를 살살 움직여주면... 그 앞에서 마법이 펼쳐진다. 책이 펼쳐진다거나 방안의 불이 켜지고 위에서 물이 떨어지고 개구리가 나타나는 등등. 아들내미는 마지막 날까지도 마법 지도를 보며 표식을 찾아 헤매며 지팡이를 흔들어댔다.
상업적일 수밖에 없지만 일단 어린 꿈나무들에게 멋진 마법의 세계를 경험해 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진짜 마법을 믿을 것 같은 어린 꼬맹이들이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 부모들이 나서서 센서가 어디 위치해 있는지 두리번거리는데 직원이 심드렁하게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고 가는 그런 모습은 약간 코미디 같기도 했다.




기념품을 고르기 위해 사탕 가게에 들렀다가 우리나라 유명 유튜버 촬영 장면을 보게 되었다. ‘헤이 지니’라고 난 모르는 유튜버인데 남편 왈 요즘 아주 잘 나가는 키즈 크리에이터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애들은 초콜릿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ㅋ


호그와트 성을 배경으로 마지막 한방 더.

쥬라기 공원. 애들이 더 어렸다면 저기서도 사진 찍는건데...
나오려니 너무 아쉽다.


유니버설 올랜도.
때가 때였던 만큼 엄청난 인파에 떠밀려 다녀야 했고, 수시로 유니버설 앱을 보며 어트랙션 대기시간을 줄여보고자 노력하였지만 눈치게임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아, 퍼레이드 시간이 되자 대기시간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이득을 보았던 적은 있었다. 시간이 없어 유니버설과 디즈니 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각각 하루씩 방문하고자 한다면 돈을 더 내더라도 익스프레스 패스를 구입하여 대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돈이냐 시간이냐의 문제). 물론 우리는 유니버설만 삼일을 방문하였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는 다시 템파로 향했고, 이번에는 제시간에 출발한 밤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에 도착하였다. 보스턴의 새벽은 으슬으슬 추웠다. 비행기 멀미를 하는 아들내미는 출발 전에 먹은 저녁을 온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보스턴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게워 내고 말았다.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큰 사건사고는 없었지만 자잘한 추억거리가 많았던 이번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하는구나 싶었다.

펜대믹 이후 정말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타주로 가보는 여행이었다. 플로리다 내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정말 많았지만 훗날을 위해 미룬 것으로 하련다.

우리의 4월 방학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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