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7월 1일~ 6일
장소: Myles Standish State Forest
근처 State Park로 여름 캠핑을 다녀왔다. 이곳은 친한 이웃 J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장소이다. J 언니는 이 곳을 아들 친구의 엄마 Marina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Marina는 구소련 연방인 벨라루스에서 자라다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 당시 소련에서는 긴 여름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집단으로 숲 속에서 캠핑을 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부모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을 관리하였던 것 같다. Marina는 어릴 적 그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시키고자 매해 여름 방학이면 거의 한 달 동안 캠핑을 하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아이들(아들 세명과 막내딸)은 인터넷이 안 되는 이곳에서 수영하고 낚시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름을 보내왔다. 낚은 물고기를 손질하여 수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걷다가 블루베리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따먹기도 하였다. 몸 여기저기에 무심하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그렇게 여름을 보내며 성장해왔다. Marina에 의하면 이 프로젝트에 부모님의 도움이 지대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외조부모님이 캠핑 내내 함께 머무르시며 직장 때문에 주중에는 함께 할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하여 손주들을 돌보시고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아이들은 이 기간 중에 친구들을 캠핑장으로 초대하여 같이 놀기도 하고, 보스턴 시내의 박물관에 당일로 놀러 갔다 오기도 한다. J 언니는 Marina의 캠핑 경험담을 듣고는 너무 멋진 아이디어라 생각하여 몇 년 전부터 Marina를 따라서 캠핑을 해왔다. 그리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단기 캠핑족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번 캠핑을 한단어로 요약하자면 대단히 다채로웠다는 것이다. 일단, 날씨가 참으로 유별났다. 처음 며칠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비가 오지 않는 시간에 맞춰 호숫가로 내려가 놀다가 비가 오면 Yurt로 뛰어들어왔다. 어느 날은 폭우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아 한밤중에 한 시간 거리인 집으로 돌아와 자기도 하였다. 기온은 7월의 날씨답지 않게 20도 밑이라 여러 겹의 옷을 주섬주섬 껴 입어야 했다.
아들아이의 낚시대가 부러지는 바람에 월마트로 달려가 새 낚싯대를 사다 주어야 했고, 캠핑이 끝날 때 즈음 딸아이는 아빠와 자전거를 타다가 자빠져서 팔다리를 다치기도 하였다. 자전거를 못 쓰게 될 정도였으니 평소 조심성 많은 딸아이로서는 15년 인생 최대의 사고였을 것이다.
당시야 정신없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이 다 추억거리요 배움이 아닐까 싶다. 폭우라 하지만 Yurt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운치 있었으며, 연달아 하늘을 가로 내지르는 번개는 그리 멋질 수가 없었다. 이후 거짓말처럼 펼쳐진 선명한 무지개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웠고 말이다. 가족이 좁은 공간에 모여있음으로써 할 얘기는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별거 없어 보이는 끝말잇기 게임은 인터넷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최고의 놀이였다. 날씨가 서늘하였다고 하나 무더위를 싫어하는 우리 가족에겐 낮은 기온이 오히려 쾌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긴 낚싯대를 부러뜨려봄으로써 평소 어떻게 다뤄야 할지 조심성도 생겨났을테고, 딸아이는 자전거를 타며 급커브를 돌 때는 무엇을 유의해야 할지 머리가 알고 몸이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미리 알고 조심하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경험함으로써 학습하고 배워나가는 것이야말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작년에만 해도 텐트를 가져갔지만 올해는 캠프장에 설치되어 있는 Yurt를 예약하였다. Yurt는 몽골식 텐트인데 벙커 침대와 식탁이 마련돼 있고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텐트에서의 캠핑이었지만, 짐을 챙겨야 하는 나에게는 Yurt가 훨씬 편하고 좋다. 그래서 아이들을 설득하여 올해는 Yurt에서 묵기로 하였던 것이다.



역시나 편하고 비바람에도 든든했던 Yurt.
하지만 아이들은 텐트를 더 선호했다. 다음에는 어른과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여 Yurt 뒷마당에 텐트를 쳐서 각자 원하는 곳에서 자는 걸로 할까 싶다.


딸과 아들은 4살 차이인데도 어릴 때부터 참 잘 어울려 놀았다. 놀이터에서 둘이 놀다 보면 주변 아이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흥미롭게 쳐다보았고, 개중에는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합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여 자신들도 둘째를 갖고 싶다고 하는 부부도 있었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양상이 바뀌어 버렸다. 딸아이에게 어린 남동생은 어리숙하고 미숙하여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존재, 때로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예전처럼 다정하게 놀아주지도 않고 짜증을 내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아버리는 누나의 모습에 아들은 풀이 죽고 서운해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나가 겪고 있는 사춘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며 아들을 보듬어 주어야 했다.
한동안 그러던 딸아이가 최근들어 동생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동생과 함께 게임을 하며 키득거리고, 식사 시간 때는 부모는 알지 못하여 끼어들 수 없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산책 중에는 두 손으로 동생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기도 한다. 아직도 동생이 베이비 같다면서 말이다. 이번 캠핑장에서는 동생이 걷는 게 힘들다고 투덜대니 등에 업어 주기도 하였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설프게 누나 등에 꼭 업혀 있던 동생은 나중에야 거시기가 눌려 너무 아팠다며 울상을 지어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아들내미는 낚시를 좋아한다. 이 호숫가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사는 데다 초보자의 낚시 바늘에도 쉽게 걸려드니, 어설픈 낚시꾼인 우리 아들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잡아 본 물고기는 sunfish라고 불리는 어른 손바닥만 한 납작 물고기이다. 여기서 가장 흔한 물고기이다. 이전부터 아들이 잡고 싶었던 물고기는 배스였는데, 이번에 배스를 잡으면 꼭 요리해 먹자고 했건만… 안타깝지만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굳이 고생하러 왜 캠핑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이 그나마 좋아하는 것은 야외에서의 바베큐이다. 숯불로 잘 구워낸 소고기를 야채 쌈에 싸 먹고, 여기에 얼큰한 라면, 그리고 캠프 파이어에서 빠질 수 없는 S'more까지! 참고로 S'more는 모닥불에 알맞게 그을린 마시멜로우와 초콜릿을 샌드위치처럼 크래커 사이에 끼워 넣어 먹는 국민 간식이다. 내용물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미국스러운 간식이 되겠다.


아들아이는 라이프 재킷을 입고 호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로질러 수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카약을 타고 아이를 뒤따라 다녔다. 이번에 처음으로 횡단을 하는 것이라 중간에 가다 쉬고 가다 쉬기를 반복하였지만 어쨌든 해내었다. 호수 한가운데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그렇게 좋은가보다.
수영을 잘하는 딸아이에 비해 아들아이는 아직도 수영을 못한다. 어릴 때부터 수영 강습을 여러 차례 시켜보았지만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것을 싫어하여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 물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에서 노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어떻게든 수영을 가르치긴 해야 할텐데 말이다. 수영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니 스스로 극복해내길 바라며 기다려보는 중이다.


J 언니네와 Marina네 아이들과도 같이 놀았다. 아들 아이는 경험 많은 형들한테서 낚시 비법도 전수받았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Marina의 막내딸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잠수 연습도 좀 하고 말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위와 같은 자전거 길을 달리던 딸래미는 급커브 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큰 부상이 아닌 가벼운 타박상이었지만 딸아이가 많이 놀란 듯하여 아빠와 같이 하루 먼저 집에 돌아가서 푹 쉬라고 하였다.

아빠와 집으로 돌아가기 전, 딸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다친 것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마침 캠핑장을 돌고 있는 아이스크림 트럭 소리가 들리길래 얼른 세워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아이스크림 트럭이었는데 이번 등장으로 어찌나 고맙던지. 덕분에 딸아이는 기분이 좀 풀린 듯했다.
마지막 날 아들과 나는 캠핑장을 떠나기가 아쉬워서 체크 아웃 시간을 넘기고도 저녁 늦게까지 더 놀았다. 덕분에 J 언니, Marina와도 더 많은 수다를 떨 수 있었다.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사람들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는데, 야외라고 이렇게 마스크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매해 빠르게 자라나고 있고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갈 테고 부모는 기도하며 아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또 기억해야지.
내년을 기약하며 이렇게 2021년의 여름 캠핑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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