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3일째 날이 되었다.
지난밤 그렇게 폭우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날 아침은 화창하였다. 우리는 어제저녁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을 체크아웃하였다. 그리고 NASA Kennedy Space Center를 향해 출발하였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텍사스 휴스턴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일정상 존슨 우주 센터를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었었다. “Houston! We have a problem!" 이 하나의 대사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곳인데 말이다. 하지만 우주 덕후도 아니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한텐 플로리다의 NASA가 더 흥미로울 것이란 말을 들었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드디어 Kennedy Space Cneter를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랜도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정도 가면 NASA Kennedy Space Center에 도착하게 된다. 이 쪽 방향으로는 NASA 외에 특별한 것이 없어서 가다 보면 도로의 차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우리가 방문할 곳은 바로 이 Kennedy Space Center Visitor Complex이다. 입구에서부터 로켓의 웅장한 모습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곳은 볼거리가 너무 많은지라 하루 안에 다 둘러보기 힘들다고 하였다. 그래서 가장 핵심적인 것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관람하기로 하였다. 그 두 가지란 바로 버스 투어 그리고 아틀란티스관이다.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해안가에 여러 개의 로켓 발사대들이 보인다. 버스 투어시 비디오 영상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던데,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곳에서 자연과 동물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그런 설명들이었다. 하긴, 로켓을 쏘아 올릴 때마다 주변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닐 것이다.

종착지인 Apollo/Saturn V Center에 도착하게 되면 버스에서 내려서 위와 같은 문 앞에서 대기하였다가 입장하게 된다. 그 안에는 커다란 방이 있었고 우리는 스크린으로 어떤 영상을 시청하였다. 구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미국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인간의 달 착륙에 성공하게 되었다는, 그런 영상 기록들이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케네디 대통령의 너무나 유명한 연설인데, 저 마지막 구절은 젊은 시절의 나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묘한 감동과 설렘으로 다가왔고 말이다.
영상이 끝나고 나면 아폴로 발사 당시의 실제 통제실을 볼 수 있는데 당시에 녹음된 무전 대화도 들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그 옆 전시실로 입장하게 되는데, 아폴로를 우주로 싣고 간 Saturn V 발사체의 실물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관 안에서 가이드 투어가 있길래 따라다녀보았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표정을 보건대 꽤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다. 그럼 됐지 뭐.
Saturn V 로켓은 수년간 여러 대의 아폴로를 싣고 우주로 발사되었다. 그중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가 달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데 성공함으로써 소련과의 우주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소중한 우주인들의 목숨이 희생되기도 하였다. 숭고한 희생과 인류의 위대한 도전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 전반적으로 이곳 전시의 목적은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다.

야외에 나가보면 저 멀리 발사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로부터 5일 후 스페이스 X의 발사 계획이 잡혀 있던데, 이 자리에서 발사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Vehicle Assembly Building(VAB)
로켓을 수직으로 조립하는 곳인데, 단층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고 한다(외벽에 보이는 성조기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성조기). 만일 TV 화면에서 건물 안에 완성된 로켓이 세워져 있는 장면이 나온다면 이 VAB에서 촬영한 거라고 보면 된다.

버스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야외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사 먹었다. 어디를 가나 꼭 저런 포즈로 개미를 관찰하는 아드님의 사진도 막간을 이용하여 찍어 보고(우리 아들의 시그니쳐 포즈).
훗, 귀여운 녀석. ^^

아틀란티스 관.
우주 왕복선 관련 전시관이다. 버스 투어와 함께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이곳에서도 우리는 커다란 방에 입장하여 벽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한 편의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는 우주 왕복선 개발 과정을 다룬 이야기가 나온다. 거듭된 실패와 기다림 속에서 우주 왕복선 프로젝트는 차차 성과를 이루어내고, 그중 30년 가까이 수많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는 2011년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였단다. 뭐 이렇게 끝이 나나 싶더니 앞에 있던 스크린이 스르륵 위로 올라간다. 스크린 뒤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바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두둥, 퇴역한 아틀란티스 우주 왕복선의 실물을 마주하고는 전율과 함께 환호를 내질렀다.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이제 막 귀환한 우주선을 구현해 낸 이들의 극적인 연출력에 박수를.





아틀란티스 전시관에서는 우주 왕복선을 탑승할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Shuttle Luunch Experinece라는 것도 있었고, 그 외에 다양한 전시 및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우주 비행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정말 신나는 경험일 것 같다.


버스 투어와 아틀란티스 관 투어 이렇게 두 가지만 구경했는데 벌써 문 닫을 시간이 돼 버렸다. 남는 시간에 다른 전시관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방문을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애들 때문에 온 것이지. 하지만 둘러보니 정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TV로 봤던 첼린저호의 폭발 장면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래도 그렇게 수많은 실패와 소중한 희생을 토대로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다. NASA 직원들의 노력과 업적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울러 내가 살고 있는 이 세대가 우주로 향한 위대한 여정에 한 획을 그었구나 싶어 뿌듯함과 감동도 느껴졌다.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6월에 있을 우리나라의 누리호 발사도 꼭 성공하길!

여담으로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난 주말, 한글학교에서 붓글씨 수업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내미가 그려온 그림 중 하나.
우리 아들은 우주 덕후는 아닌데 NASA 방문의 임팩트가 워낙 컸나 보다. 이 한 장의 그림 안에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이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웃음이 빵 터졌다.
NASA를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올랜도로 출발하였다. 야간까지 개장하는 Universal Studio로 향하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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