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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플로리다 올랜도 1 (Gatorland)

기간: 2022년 4월 16일~20일

아이들 4월 방학이 왔다. 4월 방학은 기분 좋은 바람, 부드러운 햇빛, 알록달록한 봄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릇파릇한 새싹을 마음껏 감상하기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나는 이맘때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걸 참 좋아한다.

이번 방학 때 우리는 큰 맘먹고 플로리다 올랜도에 다녀왔다. 사실 5년 전에도 계획했었지만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던지라 당시에는 급하게 모든 것을 취소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팬데믹 동안 온 가족이 대부분 집에만 머물러 있기도 했고 큰 아이가 내년부터는 입시 때문에 본격적으로 바빠지는지라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남편의 판단으로 이번 여행을 밀어붙이기로 하였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보복 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남편은 그동안 적립해 놓은 카드 포인트로 비행기와 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았다. 성수기라 올랜도로 가는 비행기 값은 너무너무 비쌌기에, 올랜도 옆에 있는 그나마 저렴한 템파 공항으로 예약을 했었다. 그것도 조금 더 싸게 밤 비행기로. 요즘 미국은 갑자기 급증한 여행객수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잦은 시스템 오류, 기상 이변 등등으로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집을 나서기 전 항공사로부터 출발이 지연된다는 연락을 두 차례나 받았고, 결국 비행기는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에 여유 있게 집을 나섰다가 아이들 신분증을 우리 부부 둘 다 챙기지 않아서 고속도로에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고 말이다.

공항에서 이동 중


정말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라서 그런지 남편과 아이들의 뒷모습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나의 설렘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우리는 템파에 도착하였고 차를 렌트하여 공항 근처 호텔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마도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였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서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아~ 드디어 우리가 플로리다에 왔구나' 싶었다. 화창한 플로리다의 아침 햇살이란 게 이런 것인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조식을 챙겨 먹은 우리는 1시간 거리인 올랜도로 이동하였는데, 교통 체증으로 2시간 넘게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자 전날 밤 비행기로 이미 지쳐버린 우리 딸내미,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 난 크면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석 타고 올랜도로 바로 올 거야!
(오~ 드디어 각성했어 우리 딸! 제발 나중에 돈 많이 벌어~. ^^)

올랜도의 첫 호텔은 아이들이 즐겁게 물놀이할 수 있도록 남편이 큰 마음먹고 예약한 호텔이었는데, 커다란 야외 유수풀이 갖추어진 곳이었다. 그러나 첫날은 아이들이 쉬고 싶다며 호텔룸에서만 뒹굴거리고 싶어 하였다. 그래 일단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그렇게 하도록 하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두고두고 후회되는 결정이었다. 어쨌든 올랜도에서의 첫날 우리는 푹 쉬었고 그다음 날부터 바쁜 일정을 시작하였다.

호텔룸에서 내려다 본 올랜도


다음 날, 우리는 Gatorland에 갔다. 딸아이가 플로리다에 가면 악어를 꼭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Gatorland 입구
입장하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새끼 악어들


입구에 들어서니 악어 새끼들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늘어진 자세로 따사로운 햇빛을 쬐는 악어 새끼들을 바라보니 게으름과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이런 광경을 시작으로 Gatorland에 가면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신나는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물고기를 나무 낚싯대에 묶어 새끼 악어들에게 먹이로 줄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더 어렸다면 물고기를 줄에 끼우는 것도 다 엄마 아빠 몫이었을 텐데, 그래도 컸다고 혼자서 알아서들 잘했다.

Gator Jumparoo Show


성체 악어들에게 직접 닭을 먹이로 주는 Gator Jumparoo Show.
저 큰 악어들이 소리 없이 조용하게 다가와 점프를 하며 먹이를 낚아채는 장면에서는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Upclose Encounters show


Upclose Encounters 쇼. 주로 뱀과 관련된 쇼였다.
5불을 내면 마지막에 뱀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뱀을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 딸내미의 표정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 그런데 나의 실수로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서 이 장면을 비디오로 찍지 못했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딸을 위하여 Gatorland를 빠져나오기 전에 이 쇼를 한번 더 관람하였다. 그리고 다시 5불 주고 뱀 만지기. 동물 보호 프로젝트를 위한 도네이션이라니 뭐... 기부 한 셈 치자.

Lengends of the Swamp Show


Alligators - Legends of the Swamp 쇼.
악어 관련 쇼였는데, 사람이 다칠까 봐 보면서도 좀 무서웠다. 악어가 불쌍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어쨌든 흥미진진하기는 하였다.

에뮤에게 먹이주기


양, 염소, 알파카 같은 동물들을 만지며 먹이를 직접 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딸내미는 이미 동물 shelter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라 다른 동물보다도 평소에 보기 힘든 에뮤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전망대에 올라가 보면 악어들이 물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며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먹이 걱정이 없어서 그런가… 악어들은 태평하기만 하다.


악어 고기 튀김


플로리다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악어 고기 튀김. 모르고 먹으면 딱 닭튀김이다. 튀김가루의 향이 강하던데, 악어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함인지 아니면 향신료를 이곳 사람들이 즐겨해서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괜찮은 맛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악어 고기는 자체 수급하는 것이 아니라 식용 악어 농장에서 사 오는 것이란다. 어쨌든 뭐… 그렇단다.

감자튀김


감자튀김인데 콩 통조림에 치즈, 할라피뇨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할라피뇨의 매운맛 때문인지 느끼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자꾸 집어 먹게 되는 맛이었다.

루시즘 악어


백색 악어.
윗 사진의 악어는 루시즘 악어인데, 색소가 부족하여 하얗게 보이는 악어이다. 자연에서 갓 부화된 새끼 두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여 데려왔다고 하는데, 만일 자연 상태에서였다면 천적에게 잡아먹혀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대단히 희귀한 사례라고 한다.

알비노 악어


그리고 위에 보이는 두 마리 악어들은 알비노이다. 멜라닌 색소가 완전히 결여되어 있어 피부가 하얀 것은 물론 핏줄이 그대로 드러나 눈이 빨갛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란다.

앵무새들


마지막으로 새들도 구경했다. 너무 예쁜 앵무새들. 오픈된 환경인데 도망가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원래는 총 관람 시간을 4시간 정도로 예상하였는데 거의 폐장 시간까지 구경하였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에겐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았던 Gatorland였다.


쿠바식 닭고기 스튜


호텔에 오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렸는데 알고 보니 남미 로컬 마트였다. 평소에 볼 수 없는 상품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일부 직원의 경우 영어를 전혀 못하고 스페인어만 쓰는 것도 신기했다. 조리된 음식들이 쿠바 스타일의 음식이길래 호기심에 닭고기 스튜를 주문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는데 향이 비슷하여 부담 없이 잘 먹었다.


호텔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시 쉰 후 야외수영장으로 갔다. 그런데 수영복 입은 딸아이한테 똥배 나왔다고 놀렸다가… 아우, 우리 딸내미 단단히 삐져서 한동안 나와 말도 안 했다. 그런데다 겨우 달래서 수영장에 데려갔더니 10분 만에 물에서 나와야만 했다.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날씨가 바뀐 것이었다. 아들내미는 유수풀을 두 바퀴밖에 못 돌았다며 울상이었고, 나 역시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거나 연연하지 말자 주의이지만, 아 이날은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속상하다.

이렇게 올랜도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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