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Portland in Maine

 
딸아이는 써머 캠프 일을 마무리하고, 일주일의 남은 방학을 사랑니 발치를 위해 사용하였다.

다행히 4개의 사랑니 발치는 잘 이루어졌다고 들었고 회복 과정도 무난하였다. 잠복돼 있던 4개의 사랑니 중 온전하게 발치된 2개를 기념으로 가져온 아이는 나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사랑니의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놀라웠다. 지금도 서랍 안에 보관 중인 아이의 자그마한 유치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랬나 보다. 기분이 묘했다.
 
아이는 저녁마다 부엌으로 내려와서 내가 만드는 요리를 뒤에서 지켜보았다. 매번 오늘 음식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말이다. 무엇을 만들건 딸아이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복 기간 동안 딸아이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나 팝시클, 부드러운 푸딩으로 배를 채워야 했는데, 아마도 아이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술 후의 통증보다 허기짐이었던 것 같다.

며칠 후 죽, 흰밥과 연한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수술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딸아이가 좋아하는 고기를 질겅질겅 씹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고생한 딸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무더운 여름 열심히 살았던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근로자의 날 연휴를 이용하여 정말 급하게 계획해서 떠나게 된 1박 가족 여행. 그곳은 메인 주에 있는 포틀랜드였다.
 
아이들 학교가 끝나자마자 목요일 오후 우리는 포틀랜드로 출발하였다. 연휴가 끼어 있어서 휴가 차량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정체 없이(물론 보스턴의 퇴근 시간 정체는 열외로 하고!) 예상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방에서 바라본 포틀랜드 정경

 
 
호텔방에서 바라본 포틀랜드 시내와 항만 풍경은 낭만적이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 정박해 있는 수많은 배들, 그리고 뉴잉글랜드 특유의 붉은색 벽돌 건물들. 우리 가족 모두 들뜬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짐을 풀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근처에 있는 타이 식당이었는데, 간은 좀 짰지만 뭐 그럭저럭 괜찮게 먹었다. 식당 분위기도 괜찮고 모처럼의 가족 외식이라 그런지 딸아이는 기분이 업되어서 식사 내내 재잘거렸다. 학교 친구 S에게서 얼마 전 홈커밍 데이 데이트 신청을 받았는데 단칼에 거절하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 아깝다.
 
한~없이 열린 마음을 가진 이 엄마는 여러 남자 친구들을 만나보는 건 좋은 경험이라고 늘 이야기하지만, 우리 딸내미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호텔 수영장

 
 

저녁 식사 후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들은 밤 11시까지 수영을 하였다. 예전 같으면 우리 아들 2m 깊이는 엄두도 못 냈으련만, 이제는 자신 있게 수영을 한다. 아~ 뿌듯하다. 
 
 
 
 

Two Fat cats bakery




다음 날 아침 우리 가족은 늦게까지 뒹굴거렸다. 미리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했던지라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정오가 지나서야 호텔을 나선 우리는 가까운 위치에 유명한 파이전문 베이커리Two Fat Cats bakery가 있다고 하여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블루베리 파이를 샀는데, Maine은 블루베리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파이

 


나중에 집에 도착하여 블루베리 파이를 개봉하였다. 파이를 칼로 한번 쓱 자르니 안에 있던 블루베리 파이 필링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아우~ 푸짐하다 푸짐해. 신선한 제철 블루베리로 만든 파이는 아주 맛있었다.   

 

 

 

포틀랜드 시내

 

아마도 관광버스?

 

맥주 양조장으로 유명한 포틀랜드




랍스터를 먹으러 가는데 오랜만에 관광지의 아기자기한 시내를 구경하며 걸어가니 즐겁기만 하였다. 게다가 날씨도 기가 막히게 환상적이었고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고 습했던 날씨였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Portland Lobster Co. 식당

 

부자는 뭘 먹을까 고민 중

 

내 자리에서 본 풍경

 

우리가 주문한 음식

 

식당 주변 모습




우리는 항구에 위치해 있는 랍스터 식당에 들어가서 랍스터 찜, 해산물 튀김, 랍스터 스튜를 주문해 먹었다. 예전에 메인에 놀러 왔을 때는 L사이즈 랍스터를 시켰었는데 너무 크다 보니 먹다 남은 건 다음날 아침 라면에 넣어 먹었었다. 그 기억에 이번엔 S 사이즈를 시켜 보았다.

음… 살짝 아쉬웠으니 다음엔 중간 사이즈를 시켜야겠다. 이 맛난 애들을 여기 사람들은 예전엔 먹는 법을 몰라 잡히는 대로 폐기해 버렸단다. 아휴 아까워라.




The Holy Donut

 

서로 먹여주는 남매




식당을 나온 우리는 근처에 있는 Holy Donut 가게에 들러 후식으로 도넛을 사 먹었다(도넛을 안 좋아하는 나는 구경만). 감자 가루로 만든 유명 도넛이라는데 가족 모두 맛나다며 좋아하였다.

그리고 그 옆 기념품 가게에 들러 구경을 한 후 우리는 차를 타고 Port Williams Park에 위치한 포틀랜드 등대(Portland head light)를 보러 갔다.

Portland Head Light는 메인주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다. 그리고 등대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방문했던 등대들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등대가 다 같은 등대지 뭐. 그래도 설명에 의하면 미국의 시인 롱펠로우와 화가 에드워드 호퍼 같은 유명인들이 애정했다고 하니, 한번 가봐 줘야 할 것 같았다.




주차장
연 날리는 아이들




연휴라 해도 이미 여름 방학이 끝나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없어 한산했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방문한 모든 곳이 다 그러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했는데 날씨는 너무 좋고 사람은 별로 없다니.

너른 주차장을 지나 기분 좋게 걷다 보니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가족과 마주쳤다. 평화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포틀랜드 헤드 라이트 등대.
 
 

 

 

 

 

 

 

 

 

 
 

하얀 등대와 붉은 지붕 집, 암석 해안과 파도가 연출하는 수려한 풍광. 왜 가장 아름다운 등대라 불리는지, 그림 같은 위의 사진들이 모두 설명해 줄 것이다.
 
1박 2일의 짧은 가족 여행이라 아쉬웠지만, 날씨, 음식, 풍경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온 가족이 만족했던 여행이었다. 올여름 열심히 그리고 알차게 잘 보냈다고, 나에겐 하늘이 주신 소중한 선물 같았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가족 여행 2  (3) 2024.11.01
여름 가족 여행 1  (2) 2024.10.27
여름 캠핑  (0) 2023.07.30
한국 방문 2 - 경주  (1) 2022.08.31
한국 방문 1 - 강원도 양양  (0)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