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24)
아이들 정기 검진 일 년에 한 번 있는 아이들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에 다녀왔다. 보통은 방과 후 시간으로 병원 예약을 잡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아침 첫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서 가급적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였다. 마스크 쓰고 발열 체크하고 오피스 안으로 들어가니, 늘 그렇듯이 아이들 몸무게와 키를 쟀다. 큰 아이 키는 92 %ile, 몸무게는 80 % ile. 또래에 비해 꽤 큰 편이다. 작은 아이 키는 40 %ile, 몸무게는 19 % ile. 또래에 비해 작은 편이다. 의사는 내 눈치를 보더니 미국 애들 키와 몸무게 평균 데이타인 점을 강조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둘을 합쳐서 쪼물딱 쪼물딱 거린 후 다시 반으로 딱 나눠 놨으면 좋겠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농장 이웃 동네에 사는 어느 한국 가족이 뒷마당 전체를 텃밭으로 가꾸어 조그마한 농장을 운영하신다.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차에,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녀와봤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텃밭을 가꾸시면 며느리가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는데, 알음알음 소문 듣고 한국 사람들이 찾아와서 구매를 한단다. 며느리 왈, 두 분께서는 한국에서 몇십 년 동안 채소 가게를 운영하셨었는데(이 부분에서 신뢰도 급상승!) 어린 손주들 봐주러 미국에 오셨다가 손주들이 다 커버린 이제는 소일 삼아 밭을 일구시게 되었다고 한다. 뒷마당 전체를 갈아엎어 배추, 애호박, 부추, 고추, 갓, 열무, 파, 고사리, 한국 옥수수, 여러 봄나물 등 각종 한국 채소를 재배하신다고 하였다. 텃밭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하여 뒷마당으로 같이 가보았다. 듣기에 수..
적응 중... 아이들 학교가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어간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고 데려올 필요도 없고 대면 과외 활동도 중단한 상태이므로, 나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단 하루면 족했다. 8시에 수업 시작하는 큰 아이는 7시 반에 아침을 먹고, 9시에 수업 시작하는 둘째 아이는 8시쯤 아침을 먹는다. 11시에 일을 시작하는 남편은 좀 더 여유롭게, 뉴스 보고 중요 이메일 체크하고 답신하고 화장실에서 한참 개인 용무를 보다가 9시 넘어서야 아침을 먹는다. 큰 아이는 12시에, 둘째 아이는 12시 50분에, 남편은 1시 반쯤 점심을 먹으러 내려온다. 다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고등학생 큰아이는 온라인 수업에..
하얀 성 - 오르한 파묵 저 / 이난아 역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가는 길이었다. 터키 함대가 우리 길을 가로막았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주인공인 '나'는 그렇게 오스만 제국의 노예로 끌려간다. 젊은 학자였던 '나'는 의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파샤(장군)의 눈에 들게 된다. 어느 날 파샤의 집에서 그는 자신과 닮은 '호자'라 불리는 사내를 만나게 된다. 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와 닮아 있었다. 내가 저기에 있다니! 파샤의 명으로 그 둘은 파티의 불꽃놀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낸다. 호자는 '나'를 자신의 노예로 삼길 원하였고, 이들은 그 후 한 집에서 살게 된다. 호자는 천체와 우주를 연구하고 과학에 입각하여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던 당시 오스만 사람들에게..
무대 위에서 딸아이는 2학년을 마치고 여름 방학 때 뮤지컬 캠프를 한 적이 있었다. 캠프 마지막 날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춤추고 노래하는 동안 아이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창백했었다. 춤과 노래를 따라 하긴 하지만 뭔가 다른 생각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어린 학생들 중 유일하게 딸아이한테만 대사가 있었는데, 자기 순서에 신경 쓰느라 무대 위에서 긴장을 많이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6학년, 그러니까 중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아이는 학교 연극반에 들어갔다. 뮤지컬 반도 따로 있었지만, 아이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싫다고 하였다. 중요 배역을 맡은 7, 8학년 선배들이 앞에서 연기를 하는 동안, 6학년 아이들은 대사가 전혀 없이 백그라운드 역할만 담당하였다. 딸아이는 가장 열심히 연기를 하여 그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백그..
정화조 청소 미국은 공공 하수 처리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타운들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운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각 주택마다 개인 정화시설(Septic System)을 갖추고 있다. 땅 밑에는 거대한 정화조가 있어서 우리가 쓴 하수가 그곳으로 흘러들어 가서 정화 과정을 거친다. 일장 일단이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자체 정화 시설이 있기 때문에 하수도 요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 요금이 저렴하다. 그리고 박테리아로 분해하는 것이라 친환경적이다. 반면,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박테리아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흘려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특히 septic 전용 세재를 골라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 몇 가지를 주의하고 나면 곧 익숙해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
피아노 레슨 요즘 나는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피아노 전공을 하지 않은 내가 굳이 직접 가르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경제적인 부분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돈 들어가는 곳은 많아지는데 이곳 미국의 예체능 레슨비는 내 기준에서 비싸다. 약간 관점을 달리하면, 한국의 레슨비가 저렴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가르치는 선생님, 즉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그동안 들인 노력과 비용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어쨌든 미국의 시장 구조상, 개인 레슨을 받으려면 많은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데 아이가 둘인 우리 집은 아무래도 사교육비에 대해서 늘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한다. 나는 어릴 때 10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던 경험을 활용해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주변에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들의 조언으..
2020년 추석 추석이다. 추석이나 구정은 이곳에서 공식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뉴스와 음력 달력을 챙겨보며 방심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통은 우리 동네의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중추절과 Chinese New Year(한국과 날짜가 동일) 행사를 개최하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행사 관련 메일이 오면 이제 명절이 다가오는구나 싶은데 올해는 당연하지만 그런 행사 소식이 없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 커뮤니티도 체감상 분위기가 조용하다. 보통은 기분이라도 내보려고 간단한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2년 전에는 추석 전날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나서 동네 친한 한국 엄마들 몇 명을 우리 집에 불러 추석 음식을 같이 만들어 나누기도 하였다. 웃고 떠들고 그러면서 아줌마들끼리 잠시나마 명절 분위기를 내본 것인데 꽤 즐거운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