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2013년)을 연상케 하는 책 제목이지만 사실 이 책은 1992년도 작가의 나이 25세 때 발표된 그녀의 첫 소설이다. 그리고 출간 즉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문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레텍스타 타슈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살 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기자들은 이 노작가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하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그러나 은둔형에다 괴팍하기 그지없는 작가와의 인터뷰는 기자들에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잡지사에서 나름 경력이 많은 문학기자들이지만 독설로 가득 찬 노작가의 언변을 당해내지 못하고 혼비백산 나가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마지막 다섯 번째 인터뷰를 진행하는 젊은 여기자 니나는 달랐다. 대문호 앞에서 밀리지 않고 차분하게 그리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대응을 한다. 미완성으로 출간된 '살인자의 건강법'이 사실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여기자의 당돌하고 거침없는 태도에 흥미를 보인 노작가는 자신의 충격적인 과거를 들려준다.
이 과거의 내용은 액자 형식을 빌어 또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는 내용과 반전이 실려 있는지라 굳이 여기에 쓰지는 않겠다.
이 소설은 작가와 기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대화체로 가득 찬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소설 속에서 주고받는 대사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되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그려지는 노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대단히 충격적이며 기괴하지만, 또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작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놀라고 젊은 나이에 대화체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노련함에 감탄하게 된다. 내가 만일 프랑스어를 쓰는 원어민이었다면 인물간의 대화 속 언어적 유희를 좀 더 잘 즐겼으리라 생각된다. 시간 떼우며 술술 읽어나가기에 괜찮은 소설인 듯하다. 내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지만 이미 작가의 소설들 여러 개를 전자북으로 50년 대여를 해놨기 때문에 그 나머지도 언젠가는 보게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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