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동네에 사는 어느 한국 가족이 뒷마당 전체를 텃밭으로 가꾸어 조그마한 농장을 운영하신다.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차에,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녀와봤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텃밭을 가꾸시면 며느리가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는데, 알음알음 소문 듣고 한국 사람들이 찾아와서 구매를 한단다. 며느리 왈, 두 분께서는 한국에서 몇십 년 동안 채소 가게를 운영하셨었는데(이 부분에서 신뢰도 급상승!) 어린 손주들 봐주러 미국에 오셨다가 손주들이 다 커버린 이제는 소일 삼아 밭을 일구시게 되었다고 한다. 뒷마당 전체를 갈아엎어 배추, 애호박, 부추, 고추, 갓, 열무, 파, 고사리, 한국 옥수수, 여러 봄나물 등 각종 한국 채소를 재배하신다고 하였다.

텃밭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하여 뒷마당으로 같이 가보았다. 듣기에 수확 양이 워낙 많은지라 크고 반듯한 그런 밭을 상상하였는데 딱 우리 뒷마당 사이즈의 작은 텃밭이었다. 물론 다른 곳에도 조그만 밭이 있다고는 했다. 평지도 아닌데 버리는 땅 없이 이것저것 많이 심어놓으셨고, 워낙 자라기도 잘 자라 판매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타주로도 배송을 하신단다. 이제 서늘한 가을로 접어들어 남아 있는 농작물이 많진 않았지만, 땅을 일구는 데는 똥 손인 나로서는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얼갈이배추, 대파, 부추, 깻잎 장아찌를 주문하였다. 할머니께서 새 된장도 조만간 담그신다고 하여 이것도 미리 예약 주문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봄에는 각종 봄나물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봄나물을 참 좋아하는데 이곳 미국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 아쉬움이 많았던 터라 내년 봄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양이 너무 많아서 동네 지인과 반으로 나누었다. 갓은 할머니가 챙겨주신 서비스.
부추 향이 대단하다. 마트에서 호부추를 비싸게 사 먹지만, 향이 거의 안 나서인지 거의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 강하게 퍼지는 한국 부추의 향이 신기할 정도였다.

갓으로 뭐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갓무침을 해봤다. 처음 해보는 갓무침인데, 새콤 매콤한 게 입맛 돋는다.

얼갈이배추 일부는 감자탕에 넣어 먹었다. 나머지는 삶아서 소분한 후 냉동 보관하였다. 한 겨울, 감자탕이나 얼갈이 배춧국을 해 먹으면 좋을 듯하다.
부추는 부추전, 국, 된장찌개, 부추무침 등등에 활용하지 싶다.
대파는 정말 오랜만에 먹어본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게 쪽파인데 음식에 대파 대신 늘 쪽파를 이용하곤 하였다. 파뿌리도 건강해 보이고 무성하니 이 참에 실내에 전용 화분을 만들어 겨울 동안 잘 키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