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공공 하수 처리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타운들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운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각 주택마다 개인 정화시설(Septic System)을 갖추고 있다. 땅 밑에는 거대한 정화조가 있어서 우리가 쓴 하수가 그곳으로 흘러들어 가서 정화 과정을 거친다. 일장 일단이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자체 정화 시설이 있기 때문에 하수도 요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 요금이 저렴하다. 그리고 박테리아로 분해하는 것이라 친환경적이다. 반면,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박테리아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흘려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특히 septic 전용 세재를 골라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 몇 가지를 주의하고 나면 곧 익숙해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보통 2년에 한번 정도는 탱크 안에 쌓여 있는 오물들을 청소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해놨고, 금요일 아침 일찍 청소하는 분들이 방문하였다.

아저씨들이 삽질하고 있는 저 땅 아래에 우리 집 정화조 탱크가 있다. 흙을 약간 파내면 탱크의 뚜껑이 보인다.

뚜껑을 열고 펌핑을 시작한다. 그동안에는 주변에 악취가 진동한다. 가끔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변 냄새를 맡게 되면 근처 누군가의 집에서 정화조 청소를 하는 것이다.

정화조 청소는 한 10-15분 정도면 끝난다. 흙을 덮고 나면 내년 봄에 다시 잔디가 자랄 것이다. 정화조 청소를 한번 하고 나면, 왠지 변비로 고생하다 장을 깨끗하게 비워낸 것 같은 후련함과 개운함이 있다.


말 나온 김에 다람쥐 구멍 얘기도 해야겠다. 얼마 전부터 다람쥐가 우리 집 마당에 땅굴을 만들어 살고 있다. 장난스럽게 입구를 막아 놓으면, 며칠 후 그 옆에 또 다른 구멍이 생긴다. 보통은 그 다람쥐를 포획하여 좀 먼 곳에 데려가 풀어주면 된다던데 아직은 엄두가 안 나고 그냥 지켜만 보는 중이다. 내 이웃의 경우 다람쥐 두 마리가 동시에 잡혔는데, 흥분한 두 마리가 밤새 싸웠는지 그다음 날 한 마리가 참혹하게 물려 죽어있더라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스럽다.